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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Mento

지극히 현실적인 온라인수업: 1. 어떤 방식이 좋을까?

by 한량소년 2020. 4. 5.

PPT 표지

#1. 들어가기

 

온라인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학습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정보는 넘쳐나고 그에 비해 시간은 충분치 않다.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 무엇이라도 찾아 보긴 하는데, 누구나 자신은 없고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지난 몇 주간 주변 선생님과 학자, 일반인의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치열하게(?) 정리한 내 나름의 생각을 적는다.

 

전략을 수립하기에 앞서 현재 조건을 정확히 파악해 보자. 모르겠으면 옆에 물어보면 된다. 내 주변 장비와 시설은 어떤지, 우리 지역 학생들의 환경은 어떤지 말이다. 그리고 내 소양(literacy)을 점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가장 쉽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수업에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전시 체제인 마당에 너무 겁먹기 말고 일단 지르고 보자. 지나친 불안은 오판의 원인이 된다.

 

 

#2. 온라인수업 형태 검토.

 

교육부는 온라인개학을 발표하기 앞서 <원격수업기준>을 제시했다('온라인수업'과 '원격수업'은 사실 같은 대상을 지칭하지만, 단지 관점을 달리하는 말, 일부 비온라인수업의 가능성을 열어둔 발상인 듯?). 다들 지겹도록 보셨을 1)실시간쌍방향, 2)컨텐츠중심, 3)과제중심이 그것이다.

 

실시간쌍방향 수업은 일반에서 가장 흔하게 생각하는 온라인수업 방식이다. 인강이나 유튜브 같은 형태로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최대한 오프라인학습과 같은 동시성, 쌍방향성을 달성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고, (일부)교육의 미래라고까지 평가된다(난 동의하지 않지만). 하지만 인프라의 영향을 많이 받고 교사에게 큰 부담이 된다는 약점이 있다.

 

콘텐츠 중심 활용 수업은 교사가 영상 같은 형태의 수업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선별해 제공하면 학생은 이를 보고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교실에서 비슷한 형태의 수업모델은 이미 시도된 적이 많아 학생도 쉽게 적응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강의형)의 경우는 교사의 역량에 의존적이고, 1)에 비해 일방향적이란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기준안에서는 원격토론을 접목한 (강의+활동형)을 제시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과제 중심 수업은 학생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과제를 제시하여 수행하게 하는 방식이다. 교사가 카메라 앞에 서야 하거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수고가 적어 가장 간편해 보인다. 하지만 과제를 해결하여 제출하는 방식은 기존 수업에서도 보조적으로 쓰이던 방식(숙제나 보충학습)이라 이것이 수업의 주된 형태로 자격이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2.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적극 활용하자.

 

선생님들은 대체로 1)실시간 쌍방향 수업 형태에 반감이 크신 것 같다. 어떤 학교는 아예 1)방식은 제외하고 2)와 3)방식만으로 수업하기로 통일한 경우도 있다. 써본 적이 없고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려우니 교사로서는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실시간 쌍방향 방식이 가장 쉽다고 생각해 주변에 적극 권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평소 하던 수업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기에 그렇다. 다른 방식에 비해 (설명+반응+확인) 과정을 그 자리에서 끝낼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특별한 자료를 제작하느라 수고할 필요도 없다. 카메라의 위치와 방향을 옮겨 가면 칠판, 교과서, 메모지 등 무엇이든 촬영이 가능하고, 카메라를 마치 실물화상기처럼 활용해도 된다. 시장에서 태블릿도 품귀가 일어난다던데, 학생은 그렇다쳐도 선생님은 굳이 태블릿을 활용할 필요가 없다.

 

둘째, 화상수업을 지원하는 무료 플랫폼(대표적으로 ZOOM)이 너무 잘 갖춰져 있어 안 쓸 이유가 없다. 캠으로 선생님 얼굴을 비추어도 되고, <화면공유> 기능으로 화면의 PPT나 유튜브를 보여줄 수도 있다. 그림판을 띄우고 거기에 텍스트나 그림을 표시하며 수업을 진행해도 된다. 배우는 데 30분이면 족하고, 몇 번 연습해 보면 자잘한 팁은 스스로 터득하게 돼있다.

 

셋째, 학생을 직접 만난다는 동시성과 쌍방향성을 달성하는 유일한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오프라인 수업을 대체하는 가장 진보된 방식이란 뜻이다. 화면에 선생님 얼굴이 있고 선생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만으로도 학생에게는 그 자체로 수업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동기가 된다. 아이러니하지만 온라인수업이 결코 오프라인수업을 뛰어 넘을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에서는 기존에 하던 수업방식을 최대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지극히 온라인수업스럽지만, 한편으론 가장 '오프라인스러운 수업'이 가능한 것이다. 학생이 못 따라 올까봐 걱정이라면 개학 전에 학부모, 학생 순으로 화상만남을 미리 해보면 된다. 학부모의 도움은 필수다. 그러니 부담을 버리고 도전해 보자.

 

 

#3. 영재수업과 비교.

 

내가 운영하는 융합과학교육원 영재원은 지난 몇년 째 온라인수업 체계로 운영해왔다. 주6시간씩 3주간 온라인수업을 하고 마지막 4주차에만 출석수업을 한다. 교육부 기준안대로라면 전적으로 3)과제중심수업의 체계를 따른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어차피 다양한 콘텐츠를 동영상이나 피피티 등의 형태로 제공한다. 자연히 2)콘텐츠수업 형태를 띄게 되는 셈이다.

 

올 해부터 온라인수업에 1) 실시간 쌍방향 체계를 도입해 볼까 하고 선생님들과 ZOOM을 이용한 화상회의도 몇 번 해보았다. 하지만 여기선 몇 가지 유리한 조건(긴 과제 수행 기간, 과제 집착력 및 자습력 높은 학생 등)으로 인해 2),3) 방식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고, 1)방식은 권장만 할 뿐 강제하진 않았다. 그런데도 학부모로부터 가장 많았던 문의는 왜 '화상수업'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학교는 영재원과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교육과정대로 40분 정규수업 기준이 있어 하루에 여러 교과를 순서대로 구성해야 하므로 긴 과제 수행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학생의 집중력과 자습력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따라서 최대한 오프라인과 비슷한 수업체계를 지키는 것이 학생 간 학습격차를 줄이는 방법이다. 혹자는 '온라인학습'이 학습격차, 구체적으론 가정환경에 의한 학습격차를 줄이는 길이라고까지 주장하던데,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무리.

 

많은 학교에서 3)과제 중심 수업을 주된 방식으로 고려한다고 들었다. ebs나 e학습터라는 유용한 플랫폼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카메라 앞에 서야 하거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제작하지 않아도 되니 얼핏 보면 가장 간편해 보인다. 하지만 적정한 학습량을 결정하고 결과를 점검하는 데 더 많은 수고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앞서 지적했듯이 수업의 온전한 형태로서 그 효과가 충분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과제 중심 수업은 철저하게 학생의 자습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히려 학생 간 차이를 그대로 반영하는 방식이 될 소지도 커 보인다. 이 방식으로 며칠 지나고 나면 분명히 불만이 터져 나올 것이다. 선생님은 왜 필요하냐고.. 고3 교실에서 ebs인강을 틀어주던 사례를 생각해 보자.

 

나는 내세울 건 별로 없지만 학교쌤을 몇 년 해서 수업도 조금 알고, 기계치도 아니라서 신물물에 대한 저항도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서 주변에선 나를 나름 스맡한 선생으로 착각하여, 컨설팅 좀 해달라는 요청이 가끔 있다. 밥벌어먹기 위해 내 생각과 자료를 버무려 피피티로 만들어 봤다.

 

 

결. 며칠 지나면 쓸모 없어질 놈 꽁꽁 싸둬서 뭐하겠나. 썩기 전에 공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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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현실적인 온라인수업_20200404.ppt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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