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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스포츠18

어디에서 태어났든. [월드컵 결승전] 리뷰 #1 메시는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결국 월드컵 우승컵을 들어올림으로써 오랜 GOAT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월드컵 우승이 대체 뭐라고. 난 메시가 드디어 GOAT가 됐다는둥, 황제대관식을 했다는둥 하는 표현들이 영 불편하다. GOAT 기준에 월드컵 우승이 들어간다는 게 꽤나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가대항전 우승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풍습은 오직 축구에서만 살펴볼 수 있는데, 같은 팀스포츠인 농구나 야구에서는 리그과 소속팀에서의 활약만으로 선수의 커리어를 평가한다. 국가간 국력의 경쟁이라는 축구만이 '독특한 성격'을 고려한다 해도 선수 개인을 평가하는 데 그의 국적과 국가대표팀의 실적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영 못마땅하다. 물론 국적이 축구선수에게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 2022. 12. 28.
결승전 중계는 KBS에서. [아르헨:프랑스] 프리뷰 지구상 최대 스포츠이벤트 중 하나인 월드컵 결승전이 약 두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시각으로 밤 12시에 치러지니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피곤을 무릅쓰고 생중계로 보게 될 것이다. 이 시각까지 깨어있을 정도라면 축구에 관해선 나름의 주관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겠지만, 혹시라도 어느 방송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보자. 1. 결승전은 여기서~ 이번 결승전은 공중파 3사 모두에서 생중계할텐데, 결론적으로 나는 KBS를 권한다. KBS 중계진은 이광용 캐스터와 한준희, 구자철 해설위원이다. 내가 이번 월드컵 중계진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전문성, 2.청취감, 3.케미, 4.재미. 전문성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째는 선수의 움직임과 전술 등 경기 자체를 분석해 .. 2022. 12. 18.
모드리치 보러 와서 모로코 응원한 썰. [월드컵 3,4위전] 리뷰.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3,4위전이 있었다. 월드컵 3,4위전은 보통 재미가 없다는 게 정설이다. 올림픽에 비해 3위의 의미가 크지 않을 뿐더러 3,4위전에 오른(또는 떨어진) 두 팀 간에 긴장감도 덜하기 때문이다. 2002년의 한국 대 터키 전도 애초에 긴장감 없이 치러졌고, 경기가 끝난 뒤에도 두 팀 선수들이 서로 손잡고 훈훈~하게 마무리했었다. 하지만 오늘 경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양팀 모두 시작부터 공격적으로 경기에 나섰고, 시종일관 승리를 향한 선수들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크로아티아 선수들은 이번 경기를 모드리치, 로브 렌, 비다 등 이번이 마지막이 될 선수들(특히 모드리치)을 위한 헌정으로 여기는 것 같았고, 모로코 선수들은 아프리카를 대표해 하루하루 역사를 써내려가는 중이었기 때.. 2022. 12. 18.
누가 프랑스를 막을까? [아르헨:크로아] 리뷰 이번 월드컵은 누가 프랑스를 잡을지 경쟁하는 대회 같다. 프랑스는 그 어느팀보다 안정된 경기력을 보이는 중이고 딱히 헛점을 찾기 어렵다. 음바페와 지루의 결정력도 그렇고, 경기가 거듭될수록 축구도사가 되는 그리즈만도 엄청나다. 현재 전반적 공수밸런스에서 비교할 만한 팀이 없어 보인다. 1. 잉글랜드 아웃 난 본래 잉글랜드 팬은 아니지만 8강전에서 잉글랜드가 프랑스를 이겨주길 바랐다. 잉글랜드는 전반적으로 프랑스보다는 무게감이 살짝 덜하지만, 역대 최강이라 해도 손색없는 스쿼드를 갖췄기 때문에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벨링험과 포든, 사카 같은 번뜩이는 신성들의 활약이 눈에 띄고, 조규성의 상위호환 케인도 여전하다. 중원의 조합도 좋다. 이날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경기를 주도하며 승리에 다가서는 듯했다. .. 2022. 12. 14.
16강전은 홀리필드처럼. [한국:브라질] 프리뷰 다 적어놓고 보니 과거 마이크 타이슨과 에반더 홀리필드의 경기가 연상되네요. 모두가 타이슨의 우세를 점쳤지만 전략적 경기운영으로 두 차례나 승리를 거둔 홀리필드처럼 하면 됩니다. 물론 홀리필드는 반칙왕이긴 했어요. 타이슨과의 리매치에서도 몰래 나쁜짓 많이 해서 타이슨이 화를 못 참고 그의 귀를 물어버렸죠. 결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브라질이 성질나게 하면 이기는 겁니다.ㅋ 1. 브라질 축구. 브라질 같이 우승을 목표로 하는 강팀은 변칙 전술보다는 일관된 전술을 추구합니다. 보통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플레이를 하죠. 이런 팀의 선수들은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날 뿐 아니라, 세계 최강의 클럽에서 안정적으로 이기는 전술에 적응돼있죠. 그래서 약팀을 상대로든 강팀을 만나든 한결같이 자신들의 플레이를 할 줄 알고 .. 2022. 12. 5.
카타르 갈 걸 그랬다. [음바페:레반돞] 프리뷰] 월드컵 조추첨 당시(3월31일)만 해도 저는 이번 월드컵을 카타르에 직접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직업상 방학 때가 아니면 길게 휴가를 내기 어려운 환경인데, 지금 근무하는 곳은 일주일 정도 휴가를 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기회죠.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지 모르니, 휴가 기간도 구체적으로 계획해보며 며칠간 설렘 속에 지내기도 했어요. 월드컵에서 대표팀의 경기를 직접 본다는 건 너무 흥분되는 일이잖아요. 이제껏 월드컵을 직관해본 적은 있어요. 2002년 월드컵이죠. 한국이 조2위로 16강에 진출하기를 고대하며 16강전 티켓을 예매해두고 기다렸죠. 우리가 조2위로 올라가면 아마도 다른 조 1위인 이탈리아와 만날 것으로 예상하고 전주월드컵경기장의 해당 티켓을 사둔 것이죠. 이 티켓을 사.. 2022. 12. 5.
도하의 기적 season2. [한국:포르투갈] 리뷰. "손흥민 왜 안 빼냐고. 아우 승질나 죽겠네!" 후반 45분까지 난 이 말을 한 열 번쯤 한 것 같다. 손흥민은 시종일관 무기력하고 비효율적인 플레이로 나를 환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수차례 코너킥 때도 날카로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만의 전매특허 치달이나 감차는 커녕, 몇 차례 주요한 공격상황에서 무리한 1대1 돌파를 시도하거나 지나치게 완벽한 상황을 만들려 하다 패스타이밍을 놓치거나 슈팅도 못 하고 찬스를 무산시키곤 했다. 오늘 왼쪽 측면에서 활약이 좋았던 달롯을 적극 커버해주지 않으니 풀백 김진수의 부담도 점점 더 커져갔다. 손흥민이 이번 대회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난 시즌 PL 득점왕에다가 이젠 명실상부 월클로 대접받는 선수가 대표팀에만 오면 기대에 못.. 2022. 12. 3.
역시 야구는 투수전이지.(?) [Modric:KDB]리뷰 3:2를 펠레스코어라고 부루는데, 제일 재밌는 스코어란 뜻이다. 보통 맞는 말이다. 골이 안 나는 경기는 대체로 지루하고 재미 없으니까. 비슷하게 야구에서도 7:6인가 그 정도 점수가 나와야 제일 재밌다고 한다. 오늘 크로아티아와 벨기에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경기는 0:0으로 무승부가 됐다. 일반적 기준으로는 제일 재미 없는 스코어다. 그런데 난 너무 재미있었다. 양팀에는 최고의 미드필더를 꼽을 때 절대 빠지지 않는 두 월클 모드리치와 덕배가 있다. 두 축구도사의 향연을 한 화면으로 본다는 것만으로 오늘 경기는 절대 놓칠 수 없는 경기다. 85년생 모드리치는 만 37 나이에도 여전히 이번 대회에서 최고 수준의 실력을 보이고 있고, 덕배는 현재 커리어 정점에 올라있는 선수다(단 맨시티 한정ㅋ). 처음 시작은.. 2022. 12. 3.
왜 과감하게 못해? [한국:가나]전 리뷰 이번 대표팀은 그동안 불가능한 줄 알았던 빌드업으로 경기 주도권을 잃지 않는 새로운 방식을 정착한 점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고 본다. 그 결과가 지난 1차전 우루과이전이고 오늘 가나전이었다. 우리팀은 오늘 경기에서 전반 25분 동안 철저하게 경기를 지배하며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을 줬다. 물론 첫 골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특별한 전술적 특징 없이 몇몇 선수의 개인전술에 의존하는 가나에게 두 번이나 일격을 당한 것은 우리 팀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장면이었다. 아에유, 쿠두스 등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가나 선수들은 두세 명의 우리 수비수를 가볍게 제압할 뿐 아니라, 제공권 경합 상황에서도 한국 수비를 압도했다. 즉 우리는 피지컬과 기술적 열세를 오직 전술과 조직력으로 극복해야 했던 것... 2022.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