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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스포츠

결승전 중계는 KBS에서. [아르헨:프랑스] 프리뷰

by 한량소년 2022. 12. 18.

<결승전은 KBS에서. [아르헨:프랑스] 프리뷰>

지구상 최대 스포츠이벤트 중 하나인 월드컵 결승전이 약 두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시각으로 밤 12시에 치러지니 웬만한 축구팬이라면 피곤을 무릅쓰고 생중계로 보게 될 것이다. 이 시각까지 깨어있을 정도라면 축구에 관해선 나름의 주관을 가진 사람일 확률이 높겠지만, 혹시라도 어느 방송사를 선택할지 결정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해보자.

1. 결승전은 여기서~

이번 결승전은 공중파 3사 모두에서 생중계할텐데, 결론적으로 나는 KBS를 권한다. KBS 중계진은 이광용 캐스터와 한준희, 구자철 해설위원이다.

내가 이번 월드컵 중계진을 평가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1.전문성, 2.청취감, 3.케미, 4.재미.

전문성은 다시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째는 선수의 움직임과 전술 등 경기 자체를 분석해 전달하는 능력을 말하고, 둘 째는 선수나 감독, 클럽, 축구역사 등에 관한 지식을 말한다. 여기서 한준희, 구자철은 타 방송사 대비 압도적 우위에 있다. 한준희는 지난 20년간 해외축구를 비솟한 축구 전반의 지식에 관해선 당해낼 자가 없을 정도고, 구자철은 오랜 유럽리그 경험을 토대로 최신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 장점이 있다.

청취감은 듣기 좋은지 여부를 말한다.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캐스터의 음색과 발음, 어휘 등이 우선 중요하고, 나머지 해설자들의 그것들도 역시 중요하다. 여기서 이광용의 강점이 있다. 과거 김성주 목소리를 좋아했었는데, 요즘은 성대 관리를 잘 못 했는지 듣기에 거북함을 느낄 때가 많다. 안정환의 목소리는 우리 동네 포차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동네아저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배성재는 이광용보다 나은 점도 많지만, 옆에 있는 박지성이 좀 아쉽다. 이승우가 박지성보다 낫긴 한데, 아직 초짜라 사용하는 어휘가 유치할 때가 많고 하나마나한 얘기를 많이 한다.

케미는 해설진 세 명끼리의 호흡과 조화로움을 뜻한다. 여기서 KBS는 타 방송사에 비해 압도적이다. 이광용은 예전부터 옆에 있는 사람을 잘 살려주는 캐스터였다. 유머나 재치는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안정감있는 딱 중계용 아나운서의 전형이다. 마침 함께 있는 구자철, 한준희 위원 모두 독불장군 유형은 아니다. 즉 세 사람은 서로를 배려하며 호흡하는 게 눈에 보인다는 뜻이다. 특히 구자철은 선수시절 경험이나 선수 시각에서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마다 비선수 출신인 한준희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스타플레이어 출신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스스로 주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준희 역시 경기 내내 선수출신인 구자철의 의견을 꾸준히 요구하며 구자철을 돋보이게 해준다. 케미 측면에선 SBS도 제법 좋다. 배성재가 워낙 리드를 잘하고, 이승우는 어색하지만 재치가 있다. 박지성도 4년 전에 비해 훨씬 유연해졌다. MBC는 셋 중 가장 아쉽다. 김성주는 자기 옆에 서형욱이 있다는 것을 잊은 것 같다. 처음엔 제법 심했는데 요즘은 좀 나아지긴 했다.

재미는 주관성이 가장 강한 요소다. 짧은 시간 동안 빠른 전개가 이뤄지고 몇 골 안 나는 축구의 특성상 주요상황에서 캐스터나 해설자의 격정적인 표현력도 중요하고, 경기가 지루해지지 않게 유머러스하고 재치있는 중계 능력이 필요하다. 본인이 경험했거나 알고 있는 사실과 지식을 적재적소에 꺼내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처음 구자철은 완급조절에 어려움을 보이기도 했었는데, 세 사람의 조화가 발전하며 이제는 매우 편안해졌다. 케미가 좋으면 재미도 있기 마련이다.

2. 결승전은 이렇게~

마지막으로, 오늘 경기는 어떻게 될까?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막을 수 있을까?

솔직히 전력상 프랑스가 한 두 레벨은 위라고 봐야 한다. 특히 그리즈만의 폼이 너무 좋고, 음바페, 지루, 뎀벨레의 삼각편대도 너무 위협적이다. 지금의 프랑스는 8년 전 월드컵을 압도했던 독일처럼 보이고, 지금의 아르헨티나는결승에서 독일에게 무기력하게 패했던 8년 전의 아르헨티나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르헨티나의 중심은 여전히 메시다.

단 차이라면, 그때는 모두가 메시가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았고, 지금은 모두가 메시를 위해 뭐라도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정도? 그때는 '메시와 똘마니들(너무 심했나ㅋ)'이었고, 지금은 '메시와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바란다. 메시가 좋아서 아르헨티나가 이기길 바라는 건 아니고, 프랑스가 또 우승한 꼴을 보기 싫어서 프랑스의 패배를 바란다.ㅋ

2006년 월드컵 때 크레스포의 골을 어시스트한 메시
2006년 월드컵에서 골을 기록한 메시(대표팀 7경기째 첫 골)

사진1: 2006년 월드컵 데뷔 전에서 크레스포의 골을 어시스트한 메시
사진2: 2006년 월드컵에서 대표팀 데뷔골을 기록한 메시(대표팀 7경기째)

2022.12.18.일 밤.

(이글을 마무리하는 순간 SBS 해설진이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배성재, 박지성, 장지현이다. 얘네가 막판에 정신을 차렸다. 이 구성이라면 볼 만하다. KBS를 우선 고려하되, SBS도 괜찮습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