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ucation

1정연수를 마치며..

by 라떼아범 2014. 1. 18.


2013.12.30.(월)~2014.1.17.(금), 3주간의 살짝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1정연수를 마쳤다.

연수를 마치며 몇가지 소회를 기록하고자 한다.



▲ 발표에 앞서 기다리는 13분임의 모습



1. 새롭게 만난 친구들. 13분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함께 연수에 참가한 인원은 300명 가량. 이들은 한 분임당 17명씩 20개 분임으로 나위어 배정되었다. 배정기준은 지역별 가나다 순이다. 가평 광명 김포 ~ 평택 화성 이런 순이다. 나는 안양과천 소속이니 안성, 용인, 여주, 연천 선생님들과 함께 13분임에 배정되었다.


연수 둘째날, 첫 분임토의 시간에 우리 분임원들을 만났다. 첫 과제는 분임장 선출 및 분임토의 주제 선정이었다. 마침 첫째날 뽑았었던 전체총무가 우리 분임에 있어서 그의 진행에 따라 분임장을 선정했다. 나는 살짝 눈치를 보다 분임장을 자원했다. 원래는 반장(총 8개반이 있다.)을 하고 싶었으나 반장을 선발하지 않는 관계로 대신 분임장을 하기로 한 것이다. 혹시 누군가 나보다 더 훌륭한 누군가가 분임장에 지원했다면 양보할 생각이었지만 다행이(?)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ㅎㅎ


내가 분임장을 자원한 이유는 어차피 중요한 일이면 기왕이면 앞장서서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분임장은 3주 간 분임원들을 챙기고 분임토의를 주관하고 최종보고서와 발표 준비를 총괄해야 한다. 그 중 분임원들을 챙기는 일(친목 도모)과 발표준비에는 대표의 희생과 추진력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나는 그 일을 직접 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우리 분임원들의 구성은 그 소속지역만큼이나 다양했다. 서른후반의 형님부터 28살의 앳된(?) 여교사까지.. 나처럼 노총각부터 20대의 나이에 이미 아이엄마가 되어 있는 후배까지.. 그러나 한가지 공통적인 것은 하나같이 서로를 배려하고 양보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는 착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고, 반면 과제를 수행할 때만큼은 무척 진지한 사람들이었다. 나는 운이 좋은 분임장이었다!!


우리 분임은 첫날 분임토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당장 회식 날짜부터 정했다. 다음날이 휴일(신정)인 관계로 1월 2일(목)을 첫 회식일로 정했다. 그리고 집에 혹은 뱃속에 있는 아이들때문에 부득이 불참한 4분을 제외한 13명 참석이라는 경이적인 참석률를 기록하며 20개 분임 중 최초의 신년회를 치러내고야 말았다. (결국 1정연수가 종료될 때까지 저녁3회/점심2회라는 최다 회식 수를 기록하였다.)


▼ 밴드 투표



참고로 우리 분임은 오는 2월 말에 1차 정기모임을 갖는다.




2. 교육의 희망을 논하다. 분임발표.


각 분임은 3주차 화요일에 있을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 제한시간은 5분 남짓, 연극과 뮤지컬 등 다양한 포맷으로 구성할 수 있다. 10쪽 내외의 보고서 제출은 그보다 하루 앞선 월요일까지이다. 우리 분임원들은 과제 수행에서도 역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그 어떤 분임보다 빨리 고퀄리티의 작품을 만들어 갔다. 때로는 개인 시간을 양보하면서까지 토의에 참여하고, 주말까지 반납하며 함께 만들어낸 발표작품이 바로 아래에 있다.

발표작품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제목 : 소통하는 선생님이 교육의 미래다.


>김선생은 학교에서의 고단한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TV를 켠다. 

1. 일기예보(흐림) _ 먹구름이 잔뜩 낀 경기교육의 모습을 보여준다.

2. 아이스구림 로봇 _ 교사의 모든 일을 대신해주는 아이스구림 로봇의 홈쇼핑방송이다. 교사의 전문성과 능동성을 갉아먹는 최근 교육계의 문제점을 고발한다.

3. 현대레알사전 _ 본래의 목적과 달리 왜곡된 현상이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유쾌하게 풍자해보았다.

>어두운 교육현실은 김선생으로 하여금 현실과 타협하도록 유인한다.

4. 일기예보(맑음) _ 경기교육의 따뜻한 봄날씨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5. 학교 X파일 _ 이영돈PD가 소통의 문화를 실천하고 있는 '착한 학교'의 사례를 보여준다.

6. 경기교육스타 _ 소통과 협력의 문화를 이루어 낸 학교를 선정하여 보여준다.

>소통과 협력에서 교육의 희망을 찾은 김선생이 세상으로 나간다.

7. 소통하는 선생님이 교육의 미래다. _  (두산중공업, 사람이 미래다.)


대본은 여기서 확인 할 수 있다.

---> 대본보기 : http://goo.gl/RDJ65l


아래는 실제 발표 모습


▲ 2014.1.14.(화), 분임발표 영상(http://youtu.be/yTb_rw9S8dQ)


앞으로 1정연수에서 발표를 준비해야 하는 후배님들께 몇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적인 발표보다는 동적인 발표를 준비할 것.

둘째, 노래와 율동을 적당히 포함할 것.

셋째, 대사는 녹음보다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할 것.


우리 발표는 구성과 메시지 전달은 좋았지만, 비교적 정적이고 심심하여 지루한 면도 있었다고 자평한다. 슈퍼마리오와 애정촌 짝, 노래 '문을여시오' 각색 등을 활용한 몇몇 분임의 발표는 개인적으로 유쾌하고 재밌었다.


우리가 생각한만큼 관객들이 호응해주지 않아 아쉬움도 많았지만, 분임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던 순간이었기에 우리 모두는 무척 흥분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함께 해준 13분임 17명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3. 2013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마치며..(비판적 사고.ㅎㅎ)


본 연수를 마치며 느꼈던 점들을 기술해보고자 한다.

1) 분임편성 방법 변경

우선 다음 연수에서는 분임편성 방법을 달리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번 연수에서는 지역별로 연수번호를 지명하고 연수번호에 따라 분임을 나누었기 때문에 같은 지역의 선생님들과 같은 분임이 된다. 급기야 수년간 함께 근무했던 같은 학교, 인접 학교 선생님들과 같은 분임이 되기도 한다. 

그에 비해 연수생의 이름이나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연수번호를 지명한다면 분임 내에서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는 어느 지방광역단체보다 광할한 면적과 인구수를 특징으로 하는 경기도에서 교육경력이 4~5년에 불과한 젊은 교사가 본인이 경험한 지역의 교육적 특색에 머물지 않고 경기도 내 지역별 문화적, 교육적 정서 및 풍토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각 연수생의 교육경험과 교육관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2) 교육과정 조정

이번 연수의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강의주제는 창의지성, 배움중심, 프로젝트학습, STEAM, 토의토론, 협동학습 등 최신 현장교육의 경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각각의 주제는 서로 적절하게 구획화하고 차별화하는 데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러다 보니 몇몇 강사의 강의를 제외하고는 특색없이 거의 비슷한 수업사례의 나열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강사님들은 모두 훌륭한 강의를 보여주셨으나, 교육과정 구성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빚어진 일이라 생각한다.) 교직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연수라고 하는 1정 연수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안고 온 연수생들은 큰 실망과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였다. 연수생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지지를 얻었던 강의가 다른 강의와 내용 상 거의 겹치는 부분이 없었던 몇몇 특강이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몇몇 연수생들은 교과교육의 전문성 향상을 기대하고 연수에 참가했지만, 그와는 거의 무관한 수업방법과 관계된 프로그램을 보고 실망했다고 전했다. 과거 1정 연수에 체육복을 입고 등교(?)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고 비웃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의 교과 중심의 교육과정 편성이 가졌던 장점도 한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또한 대부분의 강의가 현장 중심적이었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1정연수는 초임교사로 부임하여 교육현장에서 가까스로 적응하는 동안 이론과 원칙으로부터 점점 멀어져버린 연수생으로 하여금 다시금 이론적 기반을 다지게 하기 위한 보수교육의 성격을 가질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현장 중심적으로 편성된 교육과정은 자칫 이론으로부터 더더욱 멀어져가는 교사를 길러낼 공산이 크다. 이는 거대한 상아탑의 권위에 갖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는 대학교육의 모순과 비견된다.(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ㅎㅎ)

현장은 학문의 이론과 원칙을 지향하고, 학문은 현장의 경험과 사례에 귀 기울일 때, 우리 교육은 보다 질적으로 충분해지지 않을까? 그러한 연수를 통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깊은 사유와 통찰을 담은 진정한 '1정교사'를 길러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 시험제도 폐지

1정연수 성적은 과거보다는 그 비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이후 교감승진 시 반영된다고 하여 많은 연수생들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물론 나도 학교와 교육청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점수는 기대한다. 90점은 넘었으면 좋겠다.ㅎㅎ) 

그런데 이 시험제도가 과연 필요한 것일까?

첫째로 시험성적때문에 발생하는 부작용이 단순히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수준이라서 짚어보고 싶다. 많은 연수생들이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여 서로를 고발하는 일도 몇차례 있었다. 아이들에게 상호 협력을 가르치고 배려를 실천하기를 부르짖는 교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이 어른이 되어서 서로의 비위를 감시하는 상황과 이를 조장하는 시험시스템은 과연 온당한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둘째로, 과연 이 성적을 교감승진 시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하는 부분이다. 연수대상자의 평균연령은 서른살 내외이다. 일반적인 경로를 거쳤을 때 해당 연수생이 교감승진 대상자가 되는 시기는 앞으로 15~20년 정도 뒤이다. 과연 15~20년 전의 연수에서 취득한 성적이 교감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특히 나는 교사는 배움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과 더불어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익히 들었던' 아름다운 그 말을 지지하기 때문에 더욱 더 이건 아니올시다라고 생각한다.

셋째로, 과연 좋은 성적이라는 것이 연수생으로 하여금 연수에 충실히 임하는 데 얼마나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인가 하는 여부다. 나는 그동안 나의 교사로서(혹은 인간으로서)의 전문성을 신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수라면 어디든 찾아다닌 바 있다. 이는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의 공통된 행동이다. 좋은 연수는 굳이 홍보를 하지 않아도 열렬한 지지자를 불러오기 마련인 것이다. 혹시 연수생의 결석이나 지각 등의 근태가 걱정이라면 적절한 방지대책을 마련하면 될 일이다.

마지막으로, 시험성적이 연수 후 연수생의 성장도를 얼마나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교육평가에서 말하는 신뢰도와 타당도를 거론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지필평가에 출제된 상당수의 문제는 강의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교재의 내용을 외워두지 안으면 풀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문제들이 교사의 전문성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 것인지 누군가 분석하여 알려주면 감사하겠다. 

묻고 싶다. 
연수생들끼리 경쟁시켜 성취도를 높이는 것이 목적인가? 그렇다면 기존의 '협동학습' 강의를 없애고 '경쟁학습' 강의를 도입하기 바란다.
연수생의 암기력을 측정하고 싶은가? 그럼 '토의토론학습'강의 대신 '일제식학습' 내지는 '학원식 암기법'과 같은 강의를 편성하는 것은 어떤가?
시험이 성취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30시간 미만의 무시험 연수는 모두 쓸데없는 예산낭비인 셈이니 이제라도 모두 30시간 이상으로 바꾸거나 연수를 폐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기를 권한다.

교사는 본인이 배운대로 가르치기 마련이다.


2014.1.18.(토), 연수를 마친 지 하루 지난 날.


'Educ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마트한 선생님 되기  (4) 2014.02.05
1정 연수 강의노트입니다.  (0) 2014.01.19
생각노트는 이렇게 써요!!  (6) 2014.01.07
스마트한 발명교사 되기  (0) 2014.01.05
특강1_정부3.0_김재일 교수  (0) 201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