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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물리&과학

2014 한국초등과학교육학회 하계학술대회 참관기(8월8일)

by 한량소년 2014. 8. 13.

(이 글은 지난 8월 8일(금) 공주교육대학교에서 있었던 학회에 다녀와 그 소감을 간단히 정리한 것이다. 연구실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적었던 내용을 버리기 아까워 포스팅 하는 것이므로 짤막하다.)




1. 첨단과학과 초등과학교육


  지난 고등학교 과학교육과정에서는 1학년 ‘융합과학’ 교과의 시행을 두고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는 대체로 과학교육계보다는 과학기술 영역의 사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교육과정의 설계에까지 그 영향이 미쳐 개정이 이루어졌다. 이에 문제를 지적하는 측에서는 융합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최첨단 기술이나 산업 영역이 과학의 영역에 침투함으로써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과학의 본성’을 위배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여기는 것 같다. 현장에서의 분위기도 비교적 해당 교육과정에 부정적인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보이며, 차기 교육과정에서는 융합과학(첨담기술영역을 포함하는) 영역은 제외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그동안 교육과정에서 소외되었던 최첨단 과학을 교육과정에 포함하고자 하는 노력도 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한국초등과학교육학회 하계학회에서도 주제를 ‘첨단과학과 초등과학교육’으로 정하고 관련 학계 전문가를 초청하여 함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초청연사는 한국기초과학지원의 정광화 원장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센터(KIGAM)의 장세원 센터장이었다. 아울러 경인교대 신영준 교수와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최돈희 부회장이 토론자로 참가하였다. 

  대체로 논의는 원론 수준에서 평이하게 이루어져 다소 실망스러웠다. 장세원 원장의 강연은 나에겐 새로운 정보를 많이 담고 있어 무척 유익했다. 지질학의 경우 물리나 화학과 비교하여 보다 실제적인 대상를 다루기 때문에 첨단 수준의 지식이라 할지라도 초등학생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유익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바탕에 숨어 있는 과학적 원리는 매우 심오하기도 하고 가설적인 측면도 분명 갖고 있지만, 초등학생들에게도 맨틀이라든가 화석, 지진, 화산 등의 개념은 매우 친숙하기도 하고, 정성적인 수준에서의 이해가능성에 있어서는 일반 성인들의 수준보다 크게 못하지 않다고 본다. 강연자가 소개한 USGS와 NASA, KIGAM의 교육사례는 무척 흥미로웠다. 미국의 두 기관은 다양한 자료와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오래 전부터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지원해오고 있었고, KIGAM에서도 최근부터 다양한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시행해오고 있었다. 특히 KIGAM은 방학 등을 활용하여 몇가지 체험활동을 운용하고 있었는데, 연구원들과 야외 현장에서 지질탐사를 떠나거나 공룡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 등이 학생들의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정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그 내용과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학계에서의 연구와 현장과의 소통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새 교육과정을 적용하였을 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해 우리는 이미 고등학교 융합과학의 사례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최돈희 부회장의 지적은 적절했다고 본다. 교육과정 목적과 관련한 부분은 견해의 차이로 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초등학교 교사와 학생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일단 교육과정에 넣고 보자는 식의 추진은 자칫 지나친 지식 중심 교육으로의 편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는 곱씹어볼 만하다. 그는 해당 사안에 대하여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결국 현장교사 출신답게 학자와 현장 간의 긴밀한 소통을 주문한 것으로 읽을 수 있다.



2. 연구 발표


가) 모 대학원생, 일상경험 관련

  초등학교에서의 과학 수업은 대체로 일상적인 경험을 토대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보통 학생들의 기존 개인적 경험이나 수업방법적 측면에서 구체적 조작활동이 학습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는 많은 학습이론에서 이미 등장할 뿐 아니라, 교사로서 경험적으로나 직관적으로 마땅히 그러할 것으로 여길 수 있는 부분이다. 연구자는 이를 보다 구체화하여, 학생들이 하나의 물리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일상경험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밝히고자 하였다. 그는 학생들이 형식교육에서 경험한 과학 현상일지라도 이를 자신의 일상경험과 관련지으려 한다고 보였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면 학생들에게 과학이론이나 원리를 가르침에 있어 일상경험을 잘 활용함으로써 교육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다소 의문이 들었다. 학생들의 일상경험이 과학원리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경우가 모든 과학현상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 뿐 아니라 몇몇 교수님들께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셨다. 특히 한 교수님께서는 이후 다른 발표를 통해(이 연구를 염두에 두신 것으로 보인다.) 과학교육에 있어 일상경험을 활용하는 것의 위험성에 대해서 강조하시기도 하였다.


나) 모 대학원생, 달 위상변화

  이전 7차 교육과정에서 달 위상변화에 대한 내용은 3학년에 있었다가 이후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점차 상위학년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달 위상변화를 이해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구자는 학생들이 태양-지구-달의 조합이 달의 위상을 결정한다는 개념을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곤란도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제시하였다. 나는 일단 그와 같은 분석이 놀랍기도 했지만, 연구자가 추가적으로 제시한 자기중심시점과 우주중심시점의 구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시점의 구분은 관측자가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실제 감각적으로 달의 위상을 인지하는 것과 지구 밖 상황을 전지적으로 머릿 속에 그려 넣는 것의 질적인 차이를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이는 마치 돈 아이디가 [테크놀로지의 몸]에서 제시한 '체현:탈체현’과의 관계와 유사해보인다. 이 연구를 보며 과학교육의 많은 부분을 현상학적 관점에서 해석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 모 교수님, 소리굽쇠와 열전도

  1) 소리굽쇠를 수업에 활용할 때 참고할 점.

과학사는 510-550 진동수밖에 안됨. 

악기상에서 구입. 

A음이 일본 442, 유럽 440

안경, 치아 건드리면 안됨. 

귀에 대고 돌려보면 마디가 몇개 있나?

맥놀이를 준비할 때에는 소리굽쇠의 진동수 차이는 7헤르쯔 이내로.(7헤르쯔 이내는 귀로 분별 못하기 때문에)

파형분석기 활용



  2) 열 전도 실험.

히트파이프

밀폐된 관 안의 기압을 낮추고 물을 약간 넣어둔다.

열을 가하면 내부의 물이 쉽게 끓어 위로 올라와 다시 식으며 열을 방출한다. 

급속 보일러 등에 사용.

그런데 이를 열전도의 개념에서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음.


알루미늄판과 나무판에 얼음을 두고 녹여보기

예상보다 확연한 차이.





3. 마무리

  이번 학회는 다양한 주제의 발표들로 가득차 있어서 재밌고 유익했다. 여전히 STEAM과 영재교육, 창의성 관련 연구도 제법 보였고, 네이버 상에서의 과학 관련 질문과 답변 실태 분석과 같은 재미난 주제의 연구도 있었다. 전기회로 단원 수업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곤란도에 대한 연구는 우리 연구실의 이전 연구와 비슷한 것 같아 그 내용이 궁금했다. 전반적으로 과학사나 철학적인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는 거의 없었는데,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크기 측정과 관련한 과학철학적 접근을 시도한 연구와 기독교 학생에게 진화론을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를 담은 연구가 그나마 눈에 띄었지만, 그 논의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쳐 아쉬웠다. 초등과학교육에서 과학사나 철학적인 논의는 아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추신. 

  등록비 2만원 내고 다른 동료 1명과 함께 돼지갈비 6인분을 먹고 왔다.ㅎㅎ




2014.08.13.(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