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작과 보정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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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브라운색이 강조된 서클렌즈를 끼고 나타났다. 나도 브라운아이즈고 그도 브라운아이즈라 평소 브라운아이즈에 관한 대화(주로 긍정적 관점에서)를 나눈 적이 여러 번 있는데, 본인의 브라운아이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베터 브라운색의 눈을 갖고 싶었나 보다. 어때? 요러길래 1초도 안 돼 바로 별론데? 라고 답해줬다. 시무룩한 지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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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천체 사진을 즐겨 찍는 분들이 계셔서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천체 사진의 대부분은 보정 없이는 우리가 보는 것 같은 멋진 모습이 아니라고 한다. 색깔을 칙칙해서 이쁘단 느낌이 덜하거나 해당 천체가 선명하게 드러나지도 않아서 별로처럼 보이는 게 보통이라는 거지. 여러 장을 찍어 겹친다든지 후보정을 하는 등 어쨌거나 보정을 거쳐야 보통 우리가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있는 멋진 천체 사진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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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걸 알았을 때 그거 주작 아니에요? 라고 물었던 것 같다. 당시 천체 사진에 일가견이 있던 그분께선 그건 주작이 아니라 보정이라고 딱 잘라 말씀하셨다. 사진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 그 설명을 이해할 수 있다. 어차피 사진이란 게 카메라를 거쳐서 ‘포착된 상’일 뿐이고, 카메라마다 다른 상을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실체를 보다 뚜렷이 보이게 하는 일련의 작업은 주작이 아니라 보정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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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마치자 지인은 해당 브라운서클렌즈를 바로 당근마켓에 팔아버리겠단다. 알고 보니 매일 바꿔 끼는 30개 들이 세트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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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그의 메이컵에 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끝.
202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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