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딴 걸 왜 사?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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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도 한 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호기심에 샀다가 처박아두는 대표적 물건이 액션캠이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액션캠은 계륵이 되기 쉽다. 웬만한 촬영은 스마트폰을 활용해도 큰 문제가 없고, 액션캠의 기본 촬영 실력은 보통의 캠코더는 물론 미러리스카메라보다도 못하다. 본인이 영상편집에 흥미나 소양이 별로 없다면 찍은 영상을 관리하는 것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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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지난 겨울에 호기심으로 액션캠의 세계에 입문했다. 몇 가지를 비교하다 액션캠의 대표주자 고프로로 결정했느데, 마침 최신형 히어로8 모델이 너무 잘 나왔다 하여 망설임 없이 지를 수 있었다. 나야 어차피 캠코더도 따로 없었기 때문에 기본 영상 촬영도 이걸로 할 요량이었고, 영상편집을 즐기는 편이라 녀석을 계륵으로 만들지 않으리라는 약간의 자신도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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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고프로 광고를 보면 죄다 고속으로 날거나 달리는 탈것 위에서 찍은 영상이거나 상어와 거북이 옆을 겁없이 헤엄치는 영상 뿐이었다. 고프로를 샀으면 이 정도 영상은 찍어야 한다고 무언의 압박을 주는 것만 같았단 말이지. 그렇지만 나의 일상을 돌아봤을 때 그나마 가장 빠른 탈것은 자전거 수준이고, 다니는 코스도 늘 거기서 거기란 게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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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고프로를 어떻게 쓸까 고민해 보다가 요 녀석을 쇼티라고 하는 손잡이에 붙여서 들고 다녀보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버튼이랄 게 전원스위치와 REC버튼 뿐이라 간편하고, 대충 다루다 떨어뜨리거나 어디 부딪쳐도 별일 없을 만큼 내구성도 괜찮은 게 큰 장점이었다. 좋은 캠코더나 카메라는 그만큼 소중히 다뤄줘야 하는 부담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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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어디든 델꼬 다니며 아무거나 막 찍는 데는 이놈 만한 게 없더란 거다. 특히 내가 즐겨 하는 야구라든지, 아래 영상과 같은 등산에서도 오히려 스마트폰보다 편할 때가 많다. 고프로에는 손잡이 뿐 아니라 외장 실리콘 보호케이스도 있고, 거기에 연결된 목걸이를 목에 걸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이나 어린이가 목에 걸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그런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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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를 이렇게 막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결정적 기능이 바로 '하이퍼스무스' 기능이다. 손떨림방지 기능을 얘네는 이렇게 부른다. 이놈을 들고 뛰어도 화면이 부드럽게 찍힐 정도로 고프로사의 손떨방 기술은 경이롭다. 그리고 또 하나 고프로의 재미있는 기능이 '타임랩스'다. 일정 시간에 한 번씩 촬영한 것을 묶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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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하이퍼스무스와 '타임랩스'기능을 합친 게 바로 '타임워프'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미래와 과거가 짬뽕되는 그런 타임워프(time warp)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이건 그냥 고프로사에서 만든 이름이니까. 보통은 '움직이면서 타임랩스를 찍었다' 정도로 말하면 될 것을 얘네들 용어로는 '타임워프 찍었다'라고 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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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로를 늘 갖고 다니니 가는 곳마다 타임워프가 남는다. 가끔 이런 영상도 되고.
보는 사람이 있든 없든 오늘도 성실했다. 끝.
2020.06.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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