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목), 영화 '변호인'이 개봉했습니다.
조금 피곤했지만 빨리 보고 싶어 바로 예약을 하고 22시 15분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건 사설이지만, 현재까지 영화평점이 9.6이라는 것이 참 놀랍더군요.ㅎㅎ
워낙 언론에 많이 등장하기도 했거니와,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 시국과 관련하여서도 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수치인 듯 합니다.
원래 영화후기를 제대로 써본 바가 없어 어떻게 써야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영화보는 내내, 영화를 본 이후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간단히 끄적여보고 싶어 이 밤중에 컴퓨터 앞에 않았습니다.(현재 시각 무려 01:25ap입니다.)
이 영화가 고 노무현대통령을 모델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극중 송우석 변호사가 상고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대전지법 판사를 때려치고 부산에서 변호사사무소를 개업하는 과정은 고 노무현대통령의 삶이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진 것과 다름 아닙니다.
영화 중간에는 요트를 타는 송우석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극 중 송우석은 처음엔 부동산등기로, 이후에는 세법전문으로 부산바닥 제일의 변호사로 이름을 날립니다.
즉, 철저한 '생활인'으로서의 삶을 꾸려가지요. 돈도 제법 모으구요.
그는 그야말로 주변으로부터 시샘과 질투를 한몸에 받는 사람이 되었고, 그의 '사업'은 합법적이었으며 나름 사회에 유익한 기능을 하고 있었으므로 문제될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이 때쯤 누구나 편안함 보다는 불편함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의 모습은 바로 우리들이 소망하고 추구하고 있는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물론, 몇가지 특징적인 콤플렉스(고졸, 등기전문변호사 등)를 갖고는 있었지만, 송우석은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입지를 다지게 되고 수입도 상당한 수준이 됩니다.
그야말로 뭐든 다 '잘되는 놈'이 된 것이죠.
저는 이것이 불편했습니다.
'나도 저와 같은 삶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앞서기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가는 제 자신의 모습을 송우석을 통해 보았던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탄탄대로일 줄만 알았던 송우석의 삶에도 전환점이 찾아옵니다.
정치적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되지요.
여기서부터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이후 내용을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으니 여기서 멈추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 머릿 속에 있던 생각은 '우리 삶은 과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 였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삶의 제일 목적이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손쉽게 이야기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은 정의를 추구하는 삶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지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무관심하고, 오늘 하루도 직장에서 '생활에 충실'한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삶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급여와 지위가 오르는 것을 바라고, 끊임없이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며 시간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부터인가 100미터 달리기 트랙에 선 스프린터처럼 스스로를 채근하기 바빠졌습니다.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 없어졌습니다.
홀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던 젊은 시절(20대)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지금 저에겐 그런 시간조차도 사치로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극중 "편한삶 스스로 포기한거야!(부정확)"라는 대사가 나오는데요.
스스로 '생활인의 삶'을 박차고 '정의의 삶'으로 뛰어들어가는 송우석의 모습은 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나 요즘 20~30대에게 주어진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가치판단을 보류하더라도 '생활인'과 '정의인'의 갈림길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이 영화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은 시간관계 상 여기까지만 적어봤습니다.
맨 정신이 아니라 그런지 앞뒤도 안 맞고 쓸데 없는 말들로 가득차있네요.
아무튼 이 영화 한번 보세요.
추천합니다.
2013.12.20.새벽
'Review > 사회&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Good Bye~ 마에스트로!! (클라우디오 아바도 타계에 부쳐) (0) | 2014.01.21 |
---|---|
금난새, "인생이 재미있지 않나요?" (0) | 2013.12.24 |
넬슨 만델라 추모 (0) | 2013.12.15 |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사람. (0) | 2013.12.15 |
공간사옥(김수근 작)과 아라리오 갤러리 (0) | 2013.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