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디오 아바도 타계에 부쳐...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명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20일(현지시각) 볼로냐에서 타계했습니다.(관련기사보기)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1933년 6월 26일 ~ 2014년 1월 20일)는 1989년 헤르바르트 폰 카라얀의 후임으로 임명된 후 12년 간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로 활약했습니다. 특히 구스타프 말러의 작품 해석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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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바도, 왠지 친근하다.
클래식음악계에서 제가 좋아하는(아는) 몇 안되는 스페셜리스트 중 한 분의 타계 소식을 듣고 다음 글을 남겨봅니다.
2007년 미드, 일드 열풍
2007년, 대한민국은 한창 미드(미국드라마), 일드(일본드라마) 열풍에 휩싸여 있었죠. 그 선봉은 단연 프리즌브레이크였습니다. 주인공 석호필(스코필드) 역의 앤트워스 밀러는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를 찾기도 했죠. TV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제가 시즌2까지 대략 40편을 몰아서 봤으니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실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외에도 24시, 덱스터 등 몇편의 미드가 기억납니다.(안타깝게도 제가 끝까지 본 작품은 프리즌브레이크가 유일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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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무렵 한 지인의 추천으로 한 일드를 알게 되었습니다. '노다메칸타빌레'가 그것입니다. 노다메라는 천재 피아니스트와 한 지휘자지망생의 사랑과 성장에 대한 드라마죠. 당시 피아노를 배우겠다고 선배를 쫓아다니고, 학원을 기웃거리던 저이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드라마를 발견한 것입니다. 당장 웹하드에서 전편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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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노다메칸타빌레를 모두 본 후, 주요삽입곡이었던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Rock음악을 즐겨 들으며 클래식음악에는 문외한에 가까웠던 촌뜨기에게 7번 교향곡과의 만남은 큰 선물과 같았습니다. 처음으로 교향곡을 끝까지 들어보게 되었고, 몇일이고 다시듣기를 반복했습니다.(인터넷은 정말 훌륭합니다.ㅎㅎ)
7번, 아바도옹과의 만남
7번 교향곡 동영상을 참 많이도 찾아 듣고 보았습니다. 카라얀부터 사이먼래틀까지... 베를린필부터 빈필까지...ㅎㅎ
금세기 최고의 지휘자를 꼽으라면 단연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을 꼽지요. 당연히 카라얀이 7번 교향곡을 지휘한 영상도 인터넷에 무척 많이 있습니다.
그러던 중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지휘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반해버렸죠. 누구나 꼽는 카라얀이 아닌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필의 연주가 저는 가장 좋았습니다. 그래서 베토벤 교향곡 전집 아바도버전을 구입 직전까지 갔지요.(결국 안 샀어요. 당시 군복무 중이었기에 좋은 오디오가 없었다는 핑계 아닌 핑계때문입니다. 그 때 안 산 것을 무척 후회합니다.ㅠ)
아바도는 우리나라 팬들 사이에서 아바도옹이라고도 불립니다. 그만큼 후덕하고 친근해보이는 외모와 표정 덕분이겠지요.
카라얀이 누구입니까?
그 유명한 카라얀의 지휘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카리스마! 드라마 베토벤의 '강마에'와 비견되는 강한 카리스마를 소유자입니다. 그래서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필의 연주영상을 보면 잘 훈련된 로마군대를 보는 듯 합니다. 열과 오를 맞춰 정렬한 연주자들이 한 사람의 지휘에 맞추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로마병정들의 모습 바로 그것입니다. 그건 역시나 카라얀이 그 누구보다 완벽하게 곡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헤르바르트 폰 카라얀? 위키백과에서 보기
▼ 외모에서부터 풍겨져오는 엄청난 에너지, 카라얀
그럼 대체 왜 아바도인가?
아바도는 카라얀으로부터 베를린필의 수석지휘자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카라얀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지휘자였지요. 당대 최고의 지휘자와 사사건건 비교당한다는 것은 아무리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아바도에게조차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그는 카라얀과는 정반대의 지휘스타일을 보여줍니다.
카라얀과 달리 아바도 아래에서 연주자들은 보다 많은 자유로움을 갖게 됩니다. 카라얀의 지휘영상에서 보여지는 딱딱함과 완전성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지휘자의 표정 역시 카라얀과는 달리 무언가 부드러움과 편안함이 느껴지지요. 그렇다고 색깔 없는 그렇고 그런 지휘는 아니었습니다. 단원들의 실력을 취대한 이끌어내고 최고의 하모니를 만들어내기 위해 연주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리더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아바도의 그 매력에 끌린 것입니다. 그 바탕에는 카라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입니다.(물론 제가 어찌 그 실력이라는 것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특히 말러에 대한 그의 해석은 당대를 넘어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저는 말러 교향곡이 잘 이해되지 않아 몇번의 도전 끝이 포기했습니다.ㅡㅡ;)
▼ 베토벤 교향곡 7번. 지휘 아바도, 연주 베를린필
아바도가 그리운 이유
아바도는 클래식음악에 문외한이었던 저로 하여금 오케스트라의 '맛'을 알려준 사람입니다. 아바도 덕분에 처음으로 베토벤교향곡전집을 사고 싶어졌고, 몇몇 연주자의 이름을 외우게 되었습니다. 베를린필의 스타 플루이스트인 임마누엘 파우드와 오보이스트 알브레히트 마이어입니다. 아바도가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지요.
바로 그 거장이 이제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클래식음악과 담을 쌓다시피 지내왔었던 제가 다시금 아바도의 영상을 찾고 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젊은 시절 아바도
2014.1.22.(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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