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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작품

[영화]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비긴어게인(Begin Again)

by 라떼아범 2016. 1. 26.

(진지하게 제대로 하는 영화평론이 아니라, 그냥 내키는대로 휘갈기는 헛소리 평론 되시겠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비긴어게인 Begin Again


오늘 추천을 받아 자기 전에 제임스고든, 키이라나이틀리 주연의 <비긴어게인>을 감상했다. 다 봐서 이제 자려고 하는데 지인이 평론을 부탁하길래 와인빨고 적어봤다.ㅋ


▼ 출처: Daum영화



1.
이 영화는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아티스트와 제작자 간의 불평등한 수익분배구조의 문제를 대중에게 폭로하고, 늘 을의 위치에서 제도적 착취의 악순환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는 아티스트들의 연대와 궐기를 촉구할 뿐 아니라, 대중과 아티스트의 다이렉트 연결이 가능한 기술환경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상생의 모델을 대안으로 제안하는 반자본 반유통권력 사회계몽 영화다.


2.
아울러, 남성성을 표상한 성공모델 - 성공한 팝가수 데이브, 성공한 사업가 사울 - 등과 대조되는 여성아티스트 그레타와 남성성을 전혀 표상하지 않는 스티브 - 그는 오히려 바람피는 아내를 어쩌지 못하는 연약한 남성을 대표한다 - 의 성장과 성공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현재까지 사회를 지배해온 남성 중심 성공모델에 전면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특히 현대 자본사회의 최대 상징으로서의 뉴욕시티 곳곳을 누비며 펼치는 공연과 녹음은, 남성성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이자 반남성 여성성의 상징적 정복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중간 주인공이 경외하던 엠파이어스테이트를 바로 옆에 두고 경찰 - 제도권력의 상징 - 을 무시하며 펼쳐지는 야간공연은 감독의 재치가 돋보인 영화의 백미라 하겠다. 즉 이 영화는 반남성 페미니즘 영화다.


3.
영화를 이루는 두 축은 시골에서 상경한 그레타와 스티브 되겠다. 대개 그레타를 중심으로 영화를 감상하기 쉽지만, 나는 진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스티브라고 생각한다. 한 때 잘나가던 음반기획사였지만 지난 7년 동안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는 그는 그야말로 실패자나 다름없다. 어쩌다 운이 좋아 그레타라는 재능있는 아티스트에게 삘을 받아 그와의 작업을 성사시키고 결국 성공해내는데,, 사실 지난 수년간의 실패를 염두에 둔다면, 이런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이와 같은 스토리에서 관객이 무슨 희망의 메시지를 건져낸다든지 - 예를 들어 고진감래라 했던가..그런.. - 한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식의 힐링전도와 전혀 다를 것 없는 허공의 메아리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이 된다. 우리는 그의 음악적 성공보다는 그의 가족과의 화해에 주목해야 한다. 영화에서는 그가 음악적 성공을 통해 딸과, 나아가 아내와 화해하는 것으로 그리고 있는데.. 만약 음악 때문에 그 화해가 가능했다면 그것 역시 관객에게는 아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그럼 음악 실패했으면 화해하지 말라는 건가? 즉, 감독이 제 정신이 맞다면,, 이 영화에서 스티브에 있어 음악과 가족은 완전히 분리하여 이해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그가 음악이 됐든 머가 됐든 자기 일에 영감을 회복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 자체만으로 가족과의 화해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다. 그레타가 풀앨범을 1달러에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스티브와 결별하는 그 순간, 그는 유유히 길거리 벤치에서 아내와 키스를 나눈다. 비지니스가 어찌 되든 간에 마지막에 그에게 남은 것은 사랑하는 아내와 딸, 바로 그의 가족이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휴머니즘 패밀리 무비 되시겠다.


결. 
위 세가지 평론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스티브와 그레타, 두 사람 각각의 관점, 두 사람 동시 관점 - 첫째는 둘다, 둘째는 그레타, 셋째는 스티브 - 에 따라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 물론 저것 말고도 얼마든지 더 있다. 그때그때 관객이 입맛에 따라 아무렇게나 음미하면 된다는 뜻이다. 마치 카멜레온처럼.. 카멜레온 같은 무비.. 그런데 우리는 카멜레온에서 몸의 색깔이 시시각각 환경에 맞게 변하는 것만 상상하기 쉬운데, 사실 카멜레온의 정말 놀라운 포스는 사냥할 때 드러난다. 마치 3M접착제를 발라놓은 것 같은 끈적끈적한 혓바닥을 수십인치 늘려 먹이를 낚아채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내 턱이 늘어져내리는 것도 잊을 지경이 된다. 이 영화를 음미하면 음미할 수록 턱관절 장애를 호소하는 관객이 늘어날 것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병원신세를 면하고 싶다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하겠다.


2015.01.2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