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자존심 vs. 자만심
"이종선, '자만심' 상하냐?"
"네?"
"자만심 상하냐고~"
다소 황당했지만 이상하게 뜨끔했다. 난 처음으로 '자존심'이란 사실 '자만심'의 다른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날은 지금까지 내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일종의 트라우마로...
'공부'에 있어 나의 리즈시절은 중학생 때였다. 일단 어려움을 못 느꼈을 뿐더러, 작은 중학교이긴 했지만 1등을 밥먹듯 했다(나 돌아갈래~). 그래선지 시나브로 '자만심'에 빠졌고(근데 딱 3년짜리 유효기간ㅡㅡ;), 그게 선생님들 눈에도 보였나보다. 무슨 잘못으로 교무실에 불려갔다가 옆에 계시던 수학쌤께서 하신 말씀이었다.
그나마 이후 자신에게 객관적이고 냉정한 성인으로 잘 자라기라도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것도 아니다. 여전히 어줍잖게 '자존심(이라 쓰고 자만심이라 읽는다.)'을 지켜보겠다고 '띠띠동갑' 아이들을 묵사발 낸다. 오늘도 알량한 이유란 게 '준비물 필기 태만'이니, 그 유치함에 이렇게 고해성사라도 해본다.
좀더 친절한 형식을 갖추었더라면..
좀더 충분한 시간을 보장했더라면..
좀더 그네들 사정을 들어봤더라면..
좀더 자만심을 내려놓았더라면, 어차피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2017.06.16.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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