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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작품

[영화]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워머신(WarMachine)

by 라떼아범 2017. 7. 31.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워머신(WarMachine)



눈을 뜨자마자 누운 채로 영화를 봤다. 넷플릭스로 아이패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보는 재미가 개꿀이다. 넷플릭스 컨텐츠가 제법 괜찮으니 무료기간이 지나도 계속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은 어서 검색부터 해보자. 페북,아마존,구글과 더불어 FANG 중 하나다.)

<워머신>은 지나친 자의식으로 오만과 오판을 거듭하던 한 4성 장군의 등장과 몰락을 유쾌하게 풍자한 영화다. 처음 이 사람이 전쟁기계란 뜻인가 했는데, 전쟁을 치르는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말이란 걸 나중에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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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코미디로 분류해놓아 다소 당황했지만, 피트의 표정과 조깅모습이라든지 아프간대통령의 어설픔 등, 영화 곳곳에서 블랙코미디 냄새가 풍기긴 한다. 그렇다고 영화 전체적으로 웃음코드를 남발하는 정도의 가벼움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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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영화에서 영웅과 감동의 대서사를 기대하는 이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확실히 그런 방식이 식상해지고 줄어들긴 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 길을 걷는다.


일단 전쟁시스템 자체를 겨냥하는 듯한 제목부터 그렇다. 전쟁을 그만두길 바라는 상부와 시종일관 마찰을 빚다 자기신념에 기대 오판을 거듭하는 맥마흔 장군이 그저 한 개인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전쟁을 시작한 미국 정부의 상징일 수도, 전쟁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시스템 전반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여느 전쟁이든 상부 또는 지휘부의 의지와 결정에 따라 수행되지만, 그 희생은 오롯이 말단 병사와 민간인의 몫이다. 해고되기 전 장군이 지휘한 작전의 실패는 이를 간명하게 드러낸다. 롤링스톤지가 가십을 터뜨리기 전, 이미 그 장면에서 장군과 거대시스템의 패배는 결정된 셈이다.


블랙코미디답게 곳곳에 재치있는 장면을 배치했다. 아니 최적의 캐스팅이라 말하는 게 낫겠다. 한 때 특유의 패션코드로 유명했던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벤 킹슬리가 맡아 정신줄 놓는 연기가 일품이고, 마지막에 장비처럼 짧게 등장한 후임 사령관으로 러셀 크로우가 과장된 표정과 동작을 보인다. 브래드 피트에게 지나치게 몰입-진짜 그렇다. 어느 순간 피트에 감정이입하는 나를 발견ㅋ-해 응원하고 있을 관객을 위해 친절하게 그의 자의식과잉을 지적해주는 독일인은 틸다 스윈튼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수월하다. 덩케르크처럼 다차원으로 안경과 타임테이블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곱씹어 볼 만한 진지함이 제법 있다. 특히 카르자이 대통령의 다음 대사는 요즘과 같은 때 특히 긴 여운을 남긴다.

"당신의 작전을 승인하겠소. 사실 우리 둘 다 그 작전을 누가 승인했는지 잘 알지만, 이런 연극에 날 끼워줘서 고맙게 생각하오."


(덧. 테러와의 전쟁이란 명목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전은 처음엔 연전연승 좋은 분위기였지만, 많은 자원과 전력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전쟁이 장기화되며 많은 사상자를 발생시키고 국내외 여론 악화란 악재를 겪으며 결국은 오바마 정권에도 큰 부담이 되었다. 2014년 이후 휴전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 역사상 최장기전쟁의 기록을 새로 써가는 중이다.)



2017.07.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