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찾습니다
지금 막 서점에 들렀다. 자산을 좀 불려볼 요량으로 방학이 다 가기 전 재테크 책을 살펴보기 위함이다. <20대여 재테크에 미쳐라>라는 책을 읽어 본 이후 약 10년 만이다. (첨언하자면, 그 책으로 내 삶이 나아진 건 전혀 없다.ㅡㅡ)
집에서 서점까지는 도보와 버스를 합쳐 20분 가량 걸린다. 그 와중에 페북이나 보고 있는데, 어떤 분의 포스팅에서 이런 내용을 봤다. 그분의 지인은 인세만으로 상당한 수입을 올리던 분인데, 인세를 차곡차곡 모아 아파트를 샀더니 집값이 억대 이상 올랐다고 한다. 그러고 나니 그동안 벌어들인 인세와 글쓰기가 하찮아 보이더란다. 부동산 없는 글쓴이는 오늘도 열심히 집필하시겠다고 다짐한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분 말을 좀더 인용하면, 신은 질투가 심해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행운을 한꺼번에 허락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찌 전개될지 모르지만 그 지인의 인세수입은 줄어들 게 뻔하다(이게 무슨 정신승리람ㅋ). 또는 그의 글이 이전의 순수한 때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허허 이것도ㅋ).
기왕 시작한 김에 <정신승리>를 좀더 이어가면.
내가 산 주식과 아파트가 몇 천쯤 올랐다고 치자. 그 돈으로 좀더 비싼집으로 이사를 간들 내 잉여자금은 다시 제로가 되는 셈이고, 그 집에서 엄청난 행복이 보장될 것 같지도 않다. 그 돈을 어디 좋은 데 쓴다고 한들 재테크에 그동안 희생된 내 청춘이 보상될 리도 없다. 개처럼 벌었으면 정승처럼 쓸 줄도 알아야 하는데, 사람들 하는 말이 놀아본 놈이 쓸 줄도 안다더라. 재테크에 몰입하는 동안 노는 법을 잘 배웠을 리도 만무하다. 이러나 저러나 손해가 커 보인다. 뚜렷한 신분상승과 편안한 잔여인생이 확고히 보장된다면 모를까,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삶에서 큰 차이 없다면 굳이 내 지력과 시간을 그곳에 투입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이다. 크허허허
어쨌거나 해골물 한 바가지를 들이키고 나니, 재테크 열정은 온데간데 없고 지난 주에 읽다 만 김영하 책을 다시 펼치게 된다. 마침 2장 제목이 <아이를 찾습니다>. 차라리 돈의 가치를 모르던 그때가 나았다. 끝.
2017.08.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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