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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cation

억지로 끌려온 연수에서 하는 잡생각2: Paradigm Shift와 줄탁동시

by 라떼아범 2017. 8. 13.

억지로 끌려온 연수에서 하는 잡생각2: Paradigm Shift와 줄탁동시


▲ 출처: https://goo.gl/images/Vu4bGw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역사는 진리의 축적에 따른 점진적 진보가 아니라 혁명적 단절에 의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을 통해 발전해온 과정이라고 주장하였다. 단 과거와 현재 사이의 단절이 혁명적으로 일어난다는 말에만 주목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이 마치 "짠"하며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기존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관찰 사례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축적되기까지는 긴 시간과 노력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서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와 같은 대대적 변화는 어느 순간 '짠'하며 일어날 것 같지 않다. 특히 일생에서 손꼽을 만큼의 커다란 변화라면 인간의 기본적 보수성을 고려해 볼 때 결코 짧은 시간 만에 쉽게 일어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패러다임 전환이 얼마나 어렵냐 하면, 심지어 막스 플랑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반대하던 보수파가 모두 죽어야 전환이 완료된다고 했을 정도이다. 곧 자기 안의 보수성을 혁파하는 지난한 노력의 과정 없이는 어떤 변화도 쉽지 않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도 어떤 사람이 마치 '한 순간'에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한 걸로 보이는 사례가 있다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건 바로 이미 그가 그동안 원래 가지고 있던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임계치까지 축적해왔기 때문이다. 기회만 되면 언제든 바로 전환(shift)할 준비가 완료된 상태였다는 뜻이다. 바로 밖에서 두드려만 주면 언제든 알을 깨고 나올 준비가 된 '줄탁동시'의 상태와 같다. 원효대사는 해골물을 먹고 갑자기 쌩뚱 맞게 깨달음을 얻었다기 보다는,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어노말리(anomaly, 변칙)가 해골물이란 촉매로써 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훨씬 더 믿을 만하다는 게 나의 해석이다.

따라서 이 사실을 간과한 채 단기간의 연수로 한 개인의 사고와 행동에 대대적 변화를 꾀하는 기획이 있다면 대부분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줄탁동시의 자세로 이미 준비된 연수생을 모아 놓았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엉뚱한 사람(나 같은) 데려다 놓고 단지 스킬의 전수, 새로운 패러다임의 소개(주입)만으로 쉬 목적을 달성하고자 한다면, 투기꾼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부동산이나 주식도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시 수익률이 높은 걸로 알고 있다. 끝.


2017.08.11.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