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을 '두는' 이유
석사논문을 쓸 때 '관심(interest)'이란 키워드 때문에 '관심을 가지다'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었는데, 우리말 교정 과정에서 '관심을 두다'가 맞다는 걸 알게 됐다. '관심을 갖다'는 영어 'have interest'의 번역투 문장이므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 언어생활에서 영어식 표현의 영향으로 '~을 갖다'라고 자주 말하지만, 각각의 목적어에 맞는 적절한 서술어를 써주는 게 바람직하다.
'관심을 두다'와 '관심을 갖다'는 그 표현방식만으로도 새로운 통찰을 준다. 바로 '두다'와 '갖다'의 차이로부터 비롯한다. 무엇을 두기 위해서는 필히 '둘곳'을 필요로 한다. 반면 가지기 위해선 그저 '가지는 자(나)'만 있으면 그만이다. 관심을 두는 것은 관심을 '주는' 것과 같으므로 대상과의 '상호작용'이며, 관심을 갖는 것은 내 안에 대상을 '끌어오는' 것과 같으므로 대상과의 상호작용을 굳이 요하지 않는다.
관심 '둘곳'을 마련해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먼저 인사하기다. 우리 반에선 아침에 등교하면 서로 눈을 마주치고 먼저 인사하자고 늘 이야기 한다. 여기서 어른과 아이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상대가 자기를 보는지 살피고, 혹시 안 보면 불러서 보게 하고, 먼저 보는 사람이 눈을 보며 인사하면 된다. 먼저 인사를 하면 내가 먼저 상대에게 '둘곳'을 마련해주는 셈이니, 상대는 좀더 편하게 나에게 관심을 두고 다가올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인사하기를 어려워 하는 아이는 많다.
어제 한 여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의 속내를 듣게 됐다. 이 아이는 선생님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떤 다른 여아 아이를 더 좋아할 거라 믿고 있었다. 아이의 평소 모습을 보아 나름 짐작은 했었지만 직접 듣고 나니 반성이 됐다. 우선 내 변호를 하여 아이의 마음을 달랜 후, '관심을 두다'의 의미와 연결지어 앞으로 인사를 잘하면 다 해결될 거라 이야기해 주었다. 관심을 '둘곳'을 마련해달라는 뜻이었다. 아이는 웃으면 집에 갔다. 이 아이는 평소에 인사를 잘 하지 않는 아니었다.
오늘 아침, 교실로 들어오는 아이를 지켜보았다. 여전히 눈인사를 하지 않았다. 끝.
2017.09.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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