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받는 즐거움
한 단원의 마무리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보는 수학시간이었다. 내가 제시한 3가지 방법 외에 혹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한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많은 아이가 다른 방법을 사용했을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그저 '정답'만 받아적을 뿐이었다. 그나마 평소 발표 잘하는 여자 아이 혼자 손을 든다.
아이의 발표가 끝난 후 바로 전 시간 국어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상기하며 <평가 받는 즐거움>이란 주제로 썰을 풀었다. 발표를 왜 해야 할까? 자기가 시도해 본 방법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평가를 받기 위함이다. 공부는 혼자 할 수도 있지만, 함께 할 때 더 힘이 나는 법이다. 함께 하면 평가받을 수 있어 좋다. 혼자 하는 공부에선 그게 어렵다.
지난 국어시간에는 토론 과정을 다뤘다. 재미 있는 건 '판정단'의 존재였다. 토론 마지막에 판정단이 양측 토론자를 평가하고 승패를 정해준다. 이 과정을 2시간에 걸쳐 배웠다. 판정단의 공정한 판정(평가)은 '진지한' 토론자로 하여금 더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여기서 더 배우는 사람은 사실상 토론자다.
코치로부터 축구기술을 배우고 자기 실력을 꽁꽁 감추는 선수는 없다. 킥, 드리블, 퍼스트터치, 슛 등 그동안 연마한 모든 기술을 코치와 동료 앞에서 보여주고 평가받아야 한다. 비단 축구 뿐 아니라 야구, 농구 어느 스포츠를 막론하고 마찬가지다. 자신 없다고 감추고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으면 잘못되고 부족한 점을 결코 고칠 수 없다.
▲출처: http://tv-holic.tistory.com/1345
슈스케나 케이팝스타에서, 모두 1등 하려고 나오는 게 아니다. 평가 받기 위해 나온다. 그들은 학예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할 사람들이다. 대신 여기선 유희열, 양현석, 박진영으로부터 평가받는다. 독설과 혹평에 상처 받고 멘탈이 나가 눈물이 날지도 모르지만, 문제를 발견하고 새로 고칠 방법과 다시 도전할 용기를 얻는다. 언제 그런 기회가 또 올까.
평가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기 바란다. 평가는 단지 점수를 내고 등수를 매기기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의 성장을 보장받기 위해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기 생각과 느낌을 끊임 없이 표현하고, 스스로 해낸 것을 선생님과 친구에게 자꾸 보여주는 것이다. '평가 받기'는 의무가 아니라 '권리'이고, 고통이 아니라 '축복'이다.
게다가 여러분 앞엔 내가 있지 않은가?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끝.
2017.09.21.목
'Educ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극히 현실적인 온라인수업: 1. 어떤 방식이 좋을까? (0) | 2020.04.05 |
---|---|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을 누가 질 것인가. (0) | 2017.09.26 |
관심을 '두는' 이유 (0) | 2017.09.22 |
학급임원선거의 3대 키워드: 지난 대선에 비추어 (0) | 2017.09.02 |
감동은 나의 것: 예술작품 읽기 (0) | 2017.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