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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작품

[드라마]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스토브리그 #2.

by 라떼아범 2020. 1. 27.

스토브리그 감상평 #2. 입체

 

스토리이건 인물이건 상황이건 드라마의 설정은 입체적일 때 재미가 더하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고루 갖춰야 그럴싸하지, 단순한 선악 구도 또는 비슷한 것들의 기계적 나열은 지루함만 준다(마블 빼고ㅋ). 세계인이 영화 조커에 흥분한 이유도 조커가 ‘당연한 악당’이 아니었기 때문이듯이.

 

스토브리그 배경은 만년 꼴찌인 지방의 한 프로팀이다. 야구는 가장 인기 있는 ‘메이져’ 스포츠인데, 하필 가장 못나가는 ‘마이너’ 팀을 골라 반전을 이룬다. 기회만 되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연고지를 옮기고 싶어하는 팀이 많고, 수도권farm과 지방farm 사이에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시점이니 딱 맞는 설정이다.

 

단장은 맡는 팀마다 우승으로 이끈 능력자다. 그런데 하나 같이 모두 팀해체라는 운명을 맞았다. 야구를 잘 모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생이 야구선수였다. 동생 때문에 위기를 맞고 동생 덕분에 승리(2차드래프트)도 거둔다. 현재까진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긴 하는데 이런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 괜찮다.

 

상무는 금수저의 전형이었다. 회장의 조카로서 구단주 대행으로서 팀을 망가뜨리려 이를 간다. 사장이든 단장이든 다 아래로 보는 안하무인이다. 하지만 성골 사촌동생에게 쩔쩔매고 실패한 경영자 아버지가 부끄러운 그다. 깔보았던 백승수로부터 배우고 성장한다. 마지막 선택이 궁금한 인물.

 

재송그룹 회장은 구단을 달린 혹따위로 여긴다. 권경민 상무를 시켜 해체할 심산이다. 그 과정에서 상무나 단장을 무시하며 심심찮게 선민의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상무를 흡족해 한다든지 단장의 업무능력을 대놓고 인정하는 등 대인배의 풍모를 보이기도 해 의외의 놀라움과 준다. 

 

선수나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 모두 패배에 익숙하다. 어떤 선수는 꼴찌팀이니 그나마 경기에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차기년 감독직을 탐내는 코치와 적당히 일하고 싶어하는 직원들을 통해 지금 그대로도 나쁠 것 없는 그들의 마음을 읽는다. 이렇게 다들 구제불능인 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능력들은 있더라. 

 

수석코치는 첫등장부터 차기 감독직을 노리며 새단장을 요리할 궁리만 했다. 투수코치쪽과 더불어 내부 파벌싸움의 중심에서 팀을 망치는 원흉으로 보였다. 휴식기 훈련여부를 두고 투수코치측의 (나름 공감이 되었던)제안을 단호히 거절하던 모습도 별다르지 않았다. 그러곤 선수들을 위해 기꺼이 훈련노트를 내놓은 것도 바로 그였다.

 

전력분석팀장은 선수출신으로서 백영수(단장 동생)를 못마땅해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단장의 반대에도 백영수를 뽑은 이가 그였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대세란 걸 인정하면서도 자존심을 꺾지 못했던 스스로를 극복하고, 결국 코칭스태프와 날을 세우며 백영수를 쉴드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감독의 정체는 잘 모르겠다. 이분 너무 무거우신데 한 번 크게 터뜨리려고 기를 모으는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회 쯤 야마토건이라도 발사하시려는지.. 가끔 단장에서 언중유골 시전을 하지는 거나, 지난 주에 “니깟놈!!” 버럭은 밑밥 같기도 하고 게이지 낭비 같기도 하고 그렇다. 

운영팀장은 내가 좀 꺼리는 캐릭터다. 늘 밝고 명랑하고 힘차서 지나치게 평면적이라 그렇다. 단장이 기자회견 하는데 불쑥 끼어든다든지 나설 때와 말 때를 구별하지 않는 게 영 불편하다. 괜히 러브라인 타는 건 아닌지 지뢰밭 같아 노심초사 하며 보고 있다. 그나마 주변인물이 적당히 보완해주니 다행이아면 다행. 

 

설탕 같았던 낙하산 팀원(한재희)은 반전능력(포구, 고세혁과 대결)을 갖춘 MSG였고, 충실한 찐고구마 고세혁, 임동규, 서영주 같은 이들이 끊임 없이 사이다 이세영을 소환해주기 때문이다.

덧. 하지만 박은빈은 참 괜찮은 배우 같다. 끝.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2020.01.22.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