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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비서를 비서로~

by 라떼아범 2020. 7. 15.

<비서를 비서로>

 

전속부관이 되곤 바로 사서 읽은 책. 비서에 대한 그동안의 편협한 인식을 고치는 계기가 됐다.

 

군복무 시절 운 좋게 사단장 부속실에서 근무를 했다. 덕분에 국방부, 용산미군부대, 육군본부 등에도 다녀보고 헬기도 타보고 재미난 경험을 많이 했다. 사단장님이 부대장과 면담하실 땐 비서실(부속실)에서 기다리는 게 보통이었다.

 

어느날 O스타가 지휘하는 모부대에 간 적이 있다. 그곳은 우리 부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규모의 부대였늗데, 비서실에 들어가며 깜짝 놀랐다. 근무 중인 여군 두 명의 외모가 너무 빼어났기 때문이다. 그 후에 한 명이 교체됐는데 역시 외모가 뛰어났다.

 

당시 이건 분명히 하급부대에서 차출된 인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군대에는 비서라는 병과가 따로 있지 않기 때문에 일반 전투 또는 지원 병과 출신 중에 외모를 기준으로 선발했겠거니 헸다.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부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예쁜’ 비서를 차출하는 문화는 그 자체로 전근대적이다. 얼마나 후진 직업관, 여성관인가. 본인이 직접 선발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애초에 그런 관행은 부대장 책임이다. 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과연 지금도 그런지 궁금하다.

 

관행으로(또는 욕망으로) 비서실을 채운 수많은 지자체장, 기관장들은 지금쯤 (염치가 있다면) 좌불안석이려나. 꼴을 보니 쉴드 쳐줄 사람이 많아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만. 끝.

 

2020.07.15.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