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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영어유감: BTS 의 핫100차트 1위 등극에 부쳐.

by 라떼아범 2020. 9. 5.

<영어유감>

손흥민과 류현진이 최고 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하는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개인의 성공일 뿐 그게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런데도 나랑 같은 한국인이 비슷한(?) 몸뚱이로 양놈들 틈바구니에서 하드캐리하는 데 묘한 감정이입이 되는 건 어쩔 수 없구나. 인정하기 싫어도 내 염색체 어딘가 ‘국뽕유전자’가 있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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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는 내가 토트넘보다 맨시티를 응원하고 류현진 경기를 찾아 보기는커녕 그가 이기건 지건 별 신경도 안 쓰는 걸 보면 그 유전자가 ‘자연퇴화’한 건 아닌지 살짝 입꼬리가 올라가려 한다(국뽕 무쟈게 싫어서). 여전히 삼성폰엔 눈길이 가지 않는 걸로 보아 나름 신빙성 있는 추론 아닐까.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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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서론이 길었는데.

BTS가 지난 해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을 때 차트를 캡쳐해 두기까히 했다. 역사적 순간을 나름 기록한 것. 어울리지 않게 한동안 그들의 플레이리스트로 카오디오를 가득 채우고 다닌 것도 그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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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엔 좀 아쉽다는 게 솔직한 심정. 곧 3억뷰를 앞둔 오피셜무비를 고작 두어 번 틀어봤을 뿐인데 무슨 소리람. 그건 영어로 된 가사 때문이다. 영어가사란 말을 딱 10초 전에 들었을 때는 순간 녀석들 영어실력 많이 늘었나? 정도 생각만 했을 뿐인데, 막상 10초 뒤 내 귀로 듣고 나니 먼가 불편하더라. 그건 어떤 거리감, 상실감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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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로 내는 어떤 소리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주는 울림은 큰 법이다. 연주자는 어느 정도 대체가 될지 몰라도 보컬은 그래서 대체가 불가하다고 하지. 음악이 소리의 예술이라면 최고의 음악은 단연 인간의 목을 타고 만들어질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목의 소리는 언어와 만나 정보와 감정을 담는 것이고 그 깊이가 더해진다. 그런데 한국말이 안 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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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계속 미국에서 한국어로 노래할 때 그래서 저 친구들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그것이 어려운 일인 걸 나도 알았기 때문이고, 그럼에도 불구한 용기와 패기가 돋보였던 것일 게다. 아마도 전문가집단에선 한국어로 노래함으로써 생겨난 손실을 어렵지 않게 숫자로 계산해냈겠지. 결국 그들은 옳은 선택을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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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가정했을 손실과 이제라도 보상받은 성공 사이에 있었을 경합은 물론 나와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런데 딱 두 번 듣고 한국말 안 들린다고 이렇게 섭섭한 감정을 적고 있으니.. 이노무 국뽕유전자는 락스물에 얼마를 담가둬야 지워지는 걸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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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4,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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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빌보드 핫100차트 1위를 했다는 소식에 지인이 링크를 보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