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번 더 흘리기
방금 막 노트북에 커피를 흘렸다. 부랴부랴 냅킨을 가져다 키보드 사이로 스며드는 커피를 닦아내던 중 언제 흘렸는지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커피자국을 발견했다. 마른 냅킨으로 쓱쓱 문질러봤지만 워낙 오래 묵은 때가 쉽게 닦이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흘린 커피가 묻어 젖은 냅킨으로 몇 차례 더 힘을 주었더니 이번엔 깨끗하게 닦여지더라.
우리에게 묻은 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언젠가 어떻게 묻었는지 모르는 얼룩들은 우리도 모르게 우리 몸과 마음 곳곳에 찌든때처럼 새겨져 있다. 그걸 닦려면 때론 또다시 새로운 얼룩을 묻혀 나를 더렵혀야 할 때도 있다. 그때 비로소 원래 있던 얼룩을 다시 발견하고 함께 닦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실수로 나의 치부가 드러나거나 오래 전 고친 줄 알았던 문제를 다시 보이게 되더라도 아파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참에 묵은때까지 단 번에 닦아낼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속이 시원해진다(이게 바로 정신승리).
새로운 일 년의 시작 3월의 첫째 주, 새로 만날 친구들에게 보다 관대해질 아량이 생겼다. 끝.
2018.03.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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