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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평생 클럽 문턱도 못 가보다 뒤늦게 클럽맛 보고 허송한 인생 후회한 적 있는 아재의 썰

by 라떼아범 2020. 5. 13.

<평생 클럽 문턱도 못 가보다 뒤늦게 클럽맛 보고 허송한 인생 후회한 적 있는 아재의 썰>

몇 년 전 오랫동안 연락이 없던 친구가 함께 클럽에 가자고 연락을 했다. 자기 초딩 동창이 홍대 어느 클럽의 대표라서 무료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때까지 제대로 된 클럽 한 번 '못' 가본 사람으로서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냥 겁이 덜컥 나더란 말이지. 내가 평생 범생이처럼 살아온 건 아니지만(나이트는 몇 번 가봄), 시끄러운 음악에 맞춰 정신나간 듯 몸을 흔드는 곳이 내겐 여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너무 심심하던 차에 오랜만에 친구도 볼겸 한 번 가보기로 한다. 약속시간은 11시 전후였던 것 같다. 길게 줄선 젊은이들(대부분 나보다 젊었음...) 틈을 유유히 지나쳐 친구의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 통로를 한두 번 정도 꺾고 들어 가니 옆에 선 친구의 목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강하고 일정한 우퍼 때문에 어느 순간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고, 현란한 조명과 비트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없게 했다.

이 생경한 공간에 과연 나란 놈이 어울리는 것인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잠시 정체성의 혼란이 시작될 때쯤, 친구는 이내 나를 중앙 스테이지로 끌고 가 버렸다. 이거 어쩌나 어쩌지 이걸 어째. 몸을 흔들긴 해야겠는데 모두가 날 처다보는 것만 같고 춤 못추는 나를 우습게 여길 것만 같고 그렇고 그런 생각만 자꾸 드는 거다. 게다가 전에 몇 번 가본 나이트보다 조명도 더 밝은 편이라 내 얼굴도 더 잘 보일 것만 같더란 말이다. 그래도 가만 있는 게 더 쪽팔릴 것 같아 일단 리듬에 맞춰 발구름은 좀 했다.

클럽에 다녀온지 얼마 안 지나 이태원에 있는 라운지바도 두어 번 가봤다. 이번에도 모처럼 다른 친구가 불러줬다. 라운지바는 클럽과는 조금 달리 잔 들고 돌아댕기면서 요 테이블에 앉아도 되고 그냥 서 있어도 되고, 마치 외국영화에서 보던 그런 클럽인지 바인지 하는 그런 장면이었다. 이태원이어서인지 라운지바여서인지 외국인도 더 많았고 그게 제법 자연스러워 보였다. 두 번째 갔을 때에는 브라질 국적의 한인 2세 남매와 친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클럽과 라운지바를 세 번 가량 다녀오고 나니 갑자기 너무 서글퍼지더라.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왜 이런 데도 안 다니고 산 건가 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내 젊음과 혈기를 왜 닫힌 곳, 뻔한 곳에만 처박아 두었단 말인가. 어찌나 후회가 되고 성질이 나던지 잠이 안 오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겨울이 지나고 이후로 난 클럽 근처에도 못 가봤다. 들끓던 열정이 사그라들어서가 아니라, 데려가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론. 
젊을 때 클럽이든 어디든 많이 가라~ 후회할 땐 늦다. 당신이 의사(공보의 포함)건, 교사(교생 포함)건, 누구건 간에. 

(클럽 다녀온 것만으로 욕하는 위선이 어이 없어서 하는 소리임.)

2020.05.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