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프로야구는 KT wiz의 창단 첫 우승으로 마무리됐는데, 특별히 응원하는 팀은 없는 야구팬으로서 개노잼이었던 한국시리즈 때문에 몇 자 적는다.
개노잼의 원인은 결승에 오른 두 팀의 실력차가 너무 컸다는 것. 와카전에서부터 올라온 두산베어스가 이미 체력을 다 소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한들 7경기나 많이 치른 팀의 체력이 정상이었겠는가.
나는 와카전엔 키움을, 준플엔 LG를, 그리고 플옵에선 맥없이 무너지는 삼성을 (너무 어이 없어서) 응원했다. 하지만 이번엔 '언더독' 두산베어스를 연고지팀(경기KT)을 버리면서까지 응원했다. 설마 한 경기도 못 이길 줄은 몰랐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가을야구는 늘 노잼일 것 같다. 밑에서부터 신화를 쓰며 올라가봤자 결국 코시에선 탈탈 털릴 것이 뻔하다. 1등이랑 그나마 비벼볼 만한 게 2등인데, 2등이 올라간다는 것도 3~5위팀의 신화따윈 없는 셈이니 역시 노잼이다.
우리나라 플옵 방식은 대충 미국과 일본의 중간형태 같다. 미국은 정규리그보다 플옵을 중요시해서 MLB든 NBA든 대부분 프로리그가 플옵에서 서너차례나 되는 토너먼트를 다 이겨내야 우승을 한다. 그러니 정규리그 1위팀이 초반에 망하는 일도 있고, 7-8위로 플옵에 올라 돌풍을 일으키는 팀도 나타난다.
반면 일본은 정규리그를 중요시하므로 플옵에 진출한 아랫팀에겐 몇 가지 치명적 페널티를 준다. 경기하는 구장을 정하는 유불리 뿐 아니라, 몇 경기를 더 이겨야 한다든지 하는 등 현저하게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차별'이 있다. 그러니 웬만해선 정규리그 순위가 최종순위로 굳는다.
한국 프로야구는 경기장 순서 말고는 특별한 차별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등수 낮은 팀은 아래서부터 다 이기고 올라가야 하는 엄청난 부담을 안는다. 이게 이렇게 올라가서 우승에 도전해보라고 만든 방식인지, 그냥 그러다 중간에 떨어지라고 만든 방식인지 어리둥절하다.
그동안 몇차례 1위가 아니었던 팀이 우승한 적은 있다. 하지만 등수에 따라 차별이 큰 현행방식은 시정하길 바란다. 나는 미국 방식이 좋다. 1등에게 '막대한' 이익을 주기보다 '적당한' 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가을야구를 더 재미나게 바꾸면 어떨까?
구체적으로 다음 방식을 제안한다. 일단 현행 와카전(4,5위전) 제도는 그대로 두자. 여기서 이긴 팀과 1등이 붙고, 다른 쪽에선 2,3위가 붙자. 여기서 3번 먼저 이긴 팀이 한국시키즈로 간다. 낮은 순위 팀에게 적당한 페널티를 주고, 1위팀은 조금 더 유리함을 갖는 거다.
경기수도 늘어나고 2,3위팀은 박터지는 경기가 될테니 얼마나 핵꿀잼일지 상상만 해도 즐겁다. 그냥 떠들어봤다. 끝.
.(덧)
대세가 기운 탓에 빈자리가 넘치는 이상한 시리즈였지만, 코시 직관이라는 추억거리가 생겼으니 블로그에 기록함.
2021.11.18.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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