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본래 사진 찍는 걸 즐긴다. 영상 역시 자주 찍는다. 그동안 여러 똑딱이 카메라를 거쳤고, DSLR도 캐논 450d와 800d가 있었다. 똑딱이를 쓰던 2010년대초까지는 스마트폰의 성능이 지금처럼 뛰어나던 때가 아니었기에 그런대로 카메라를 열심히 사용했었다. 하지만 사진을 그냥 오토로 찍어대던 때라 DSLR은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DSLR을 다루던 때가 스마트폰의 성능이 물이 오르기 시작한 2010년대 중후반 때이기도 했고, 사진이나 카메라에 관한 내 지식이 워낙 미천했기 때문이다. DSLR은 나에겐 과분한 카메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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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는 본격적으로 춸영장비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이건 사진보다는 영상 때문이었다. 최근 몇 년새 영상 촬영과 편집에 취미가 생겼고, 영상 촬영을 위한 몇몇 장비를 갖추게 됐다. 2019년 말부터 액션캠인 고프로 히어로8을 직접 구입해 쓰고 있었고, 2020년 초에는 영상용 똑딱이카메라 ZV-1을 업무용으로 구입했다. 고프로8는 아무데나 들고 다니기 좋아서 야구장, 훈련장, 산악 등 다양한 곳에서 많은 액티비티를 촬영하는 데 썼고, ZV-1은 가벼운 무게와 손쉬운 사용법에도 불구하고 고퀄리디 영상을 뽑아주니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때까지만 해도 사진을 향한 관심이나 욕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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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말부터였다. 지금은 좌초된 기획지만, 이 무렵 나는 [빛과 렌즈]라는 주제로 어떤 집필에 참여하게 되었다. 집필 방향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직접 사진과 카메라에 취미를 가지면 집필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때부터 각종 블로그와 유튜브 등을 살펴보며 나에게 맞는 장비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요즘 카메라시장의 대세는 미러리스 카메라라는 것과, 그 시장의 지배자가 이제는 캐논이 아니라 소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소니가 2018년 출시한 미러리스 카메라 A7m3는 2년이 지난 2020년에도 여전히 시장을 대표하는 모델이었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에서도 A7m3의 성능은 워낙 발군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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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에 그 A7m3를 모태로 휴대성과 영상촬영 성능을 강화한 A7C가 새로 출시됐다. 이 카메라는 풀프레임판형임에도 컴팩트한 사이즈로 더욱 주목받았다. 색상도 뻔한 검은색에 새로운 실버색상을 추가해 인기가 높았다. 오랜 고민 끝에 나도 이 녀석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3월 그렇게 A7C가 내 손에 들어왔다.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까지 손에 넣었으니 앞으로는 잘 찍기만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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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에는 기존 번들렌즈로 28-70줌렌즈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신번들렌즈라는 이름으로 신형 28-55렌즈가 출시됐다. 너무 가볍고 작아서 컴팩트한 크기와 무게의 A7C에 찰떡인 렌즈였다. 나는 이 렌즈를 중고나라에서 23만원에 구입한다. 차례로 50mm f1.8 단렌즈와 35mm f1.8 단렌즈를 구입했다. 사실 35밀리와 50밀리는 표준렌즈 영역에서 비슷하면서 다른 화각을 보이기 때문에 함께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둘 다 구성하면 하나는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는 그걸 몰랐었다. 그래서 결국 무턱대고 둘 다 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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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막상 풀프레임 카메라와 렌즈들을 구입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나름 가벼운 카메라라고는 하지만 사실 스마트폰이나 고프로를 주로 사용하던 사람에게 렌즈교환식 카메라와 렌즈의 조합은 거추장스러웠던 게 사실이다. 이때는 카메라와 렌즈만 달랑 있었을 때라 바로 가방이나 파우치 등 최소한의 필요장비들도 갖추지 못했을 때였다.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 같은 조작에 앞서 당장 손에 익숙치 않은 버튼이나 메뉴를 새로 공부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이 비싼 장비들이 방치되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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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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