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러샤 전쟁 보면서 느끼는 것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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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를 지키겠다고 유명 개그맨, 가수, 정치인이 총을 들었다는 게 화제가 됐었다. 푸틴의 명령에 따라 수만의 러샤 병사가 남의 나라 땅에서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있는 건 또 어떤가? 전쟁의 역사를 보면 제일 많이 나오는 게 수십만대군, 수만대군 그런 거다. 전쟁은 그렇게 ‘개인'을 극도로 ‘추상화’해버리지. 남는 건 그냥 숫자뿐. 우리 6.25 때도 이 고지, 저 고지에서 한뼘 땅 더 차지하겠다며 저물어 간 청준이 수천수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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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이 돼야 그 다음 인권이든, 복지든, 개인의 영달이든 성취든 의미가 있다는 정도는 엄연한 진리 아닌가. 그래서 국방의 의무는 숭고하다 하는 것이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차별과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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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 며칠 나라가 온통 BTS의 군특례 얘기다. 대체 어떤 논리로 이를 정당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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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위선양을 했으니 면제시켜주자는 논리. 아주 오래된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나, 요즘 국위선양을 목적으로 자기 희생하는 사람이 있나? 또는 국위선양이란 걸 한 다음 적절한 보상이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나? 촌스럽게 이게 무슨 전체주의적 발상인가? 기존 스포츠, 예술 등 대회입상자를 대상으로 한 병역특례법부터 이 기회에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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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2년은 워낙 가치가 있으니 일단 그 시간을 보존해줘야 한다는 논리. 지금이 정말 21세기 맞냐? 이 나라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국가 맞냐? 대관절 어느 기준으로 인격체 간의 시간의 값어치가 객관화된다는 거임? 물론 모순투성이 이 세상에서 ‘실제로’ 사람의 값어치가 매겨지고 있는 현실을 나 역시도 부인하지는 못 하지만, 최소한 ‘형식적'으로나 ‘규범적'으로 이 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되는 것 아닌가? 근데 공공연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그렇게 말하고 그에 동조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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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현실성 있는 논리로 받아들여지는 게 BTS 같은 사람이 2년간 버는 돈을 나라에 기부하고 대신 군면제를 시켜주자는 정도인 것 같은데, 과연 어느 정도 액수에서 합의가 가능할까? 그럼 재벌들은 다 군대 안 가도 되겠네? 그건 그냥 돈 없으면 군대 가라~는 ‘새로운 논리’의 탄생 일 뿐이라 생각하는데. 그래서 난 이것도 반대. 사실 같은 이유로 난 모병제도 반대하는 입장이거든. 마이클 샌델 아저씨도 나랑 생각이 같으시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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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잘하는 것 알겠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여온 것도 Fact로 인정한다만, 제발 이런 게 졸속으로 추진되는 일은 좀 없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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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논의대상이 되는지조차 내 상식으론 이해불가지만, 뉴스 볼 때마다 짜증 나서 몇 자 적어봄. 참고로 나 BTS 노래 즐겨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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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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