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프랑스 배우 알랭 들롱이 영면에 들었다 한다.
웃긴 이야기지만 나는 초딩학생 때부터 그가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다. 그 촌구석에서까지 전해질 만큼 그는 그야말로 세기의 미남이었다.
알랭 들롱은 단지 잘생기기만 한 게 아니라, 순수하면서 퇴폐적인 모습에다 우수에 찬 뭔가 불안한 눈빛까지, 묘하게 아름답다는 생각이 드는 배우였다. 그냥 잘생긴 배우는 많아도, 요렇게 묘한 매력은 흔치 않다. 내가 그래서 주지훈, 이도현 같은 남우를 좋아한다.
그 시절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를 통해 그의대표작 [태양은 가득히]를 본 적이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서 그을린 피부와 땀에 흠뻑 젖어 요트를 항해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영화는 그때 딱 한 번 본 게 다인데도, 아직까지 뇌리에 남은 걸 보면 제법 인상적이었나 보다.
작품에서 주인공 '리플리'는 철저히 신분을 위장하고 범죄행각을 벌인다. 여기서 이름을 따 신분을 위장하다 못해 결국 그것을 사실로 믿어버리는 정신병을 '리플리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 맥락과 달리, 작품에서 리플리는 본인의 거짓말을 다 인지하고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사실 '소시오패스'라 부르는 게 맞다.
둘중 무엇이 되었건 자신의 본 모습을 감추고 속였다는 데는 차이가 없긴 하다.
한편 요즘은 바야흐로 자기PR 시대다. 세상이 '어느 정도' 리플리 증후군 환자나 소시오패스를 요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적당히 '척하며' 사는 게 미덕일까. 겸손과 염치는 미더덕일까.
리플리는 결국 어떻게 됐더라. 끝.
2024.08.1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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