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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스포츠

한국은 운이 좋다. [일본과 벨기에의 패배]를 보며.

by 라떼아범 2022. 11. 28.

출처: 대전일보

이번 대회 가장 운 좋은 팀은 대한민국인 것 같다. 첫 경기 전에 사우디와 일본이 대어를 잡아줘서 자신감을 심어주더니만. 두 번째 경기 직전엔 일본과 벨기에가 살신성인으로 교훈을 준다.

일본은 90분 동안 공만 열심히 돌리다 만 최악의 비효율축구 끝에 이번 대회 유효슈팅 하나뿐인 코스타리카에 일격을 당했다. 독일전 때 우측 측면을 휘저었던 이토 준야는 왜 안 나왔는지, 에이스 미나미노와 독일전 결승골의 주인공 아사노는 왜 후반전 다 끝나서나 등장했는지, 참 여러 가지가 의문인 경기였다. 새로 나온 몇몇 선수는 이렇다할 실적 없이 결국 교체돼 나갔고, 카마다는 키플레이어로서 경기 내내 무기력했다. 스페인에 일곱 골을 허용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케일러 나바스는 오늘 일본을 제물 삼아 옛 명성을 되찾았다.

전 대회 3위의 벨기에는 객관적 전력 상 약체로 분류되는 모로코에게 일격을 당했다. 덕배, 아자르, 쿠르투아 등 월드클래스(아자르는 아닌가?)가 즐비한 스쿼드에 비해 시종일관 부정확하고 비효율적인 연결만 시도한 결과 끝에 일어난 참사였다. 반면 모로코는 지예시와 하키미 등의 날카롭고 빠른 역습을 활용해 여러 차례 상대문전을 위협한 끝에 무려 두 골이나 성공시켰다. 물론 두 번째 골은 선제골을 허용한 후 반격에 치중하다 헐거워진 상대 수비빈틈으로부터 비롯되긴 했다. 마치 지난 대회 독일전에서 손흥민의 추가골처럼. 내가 좋아하는 덕배는 집중견제 때문인지(후반엔 별로 그렇지도 않았지만) 예의 날카로운 패스가 실종됐고, ‘왕년의 크랙’ 아자르는 확실히 떨어진 폼을 재확인시켜주기만 하고 교체돼 나갔다.

패배한 두 팀은 참 이해할 수 없는 경기를 했다. KBS의 임형철 해설위원은 벨기에의 패배가 확정된 후 “저런 멤버로 어떻게 저런 경기를 할 수 있을까요?”라는 말로 경기를 갈음했는데, 일본에게도 똑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사실 실력대로 똑바로 했다면 벨기에든 일본이든 모두 승리했어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승리한 코스타리카나 모로코 모두 본선에 나온 것만으로도 좋은 팀인 건 맞지만 말이다.

나는 모로코를 응원했으니 벨기에가 패배한 것엔 별 불만은 없다. 하지만 일본이 패배한 건 너무 아쉽다. 다음 상대가 스페인이기 때문에 오늘 경기를 꼭 이겼어야 했는데 저렇게 실속 없는 축구를 하다니. 코스타리카가 5백으로 밀집수비를 펼치는 마당에 끊임없이 중앙에서 티키타카나 하고 있지를 않나, 양 사이드의 윙포워드나 윙백이 혼자 있는데도 공간패스도 할 줄 모르고… 보고 있는 내내 답답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어제 프랑스에 아쉽게 패배하긴 했지만(사기캐릭 상대론 어쩔 수 없다) 맞불을 제대로 놓았던 덴마크는 측면공간으로 향하는 롱패스를 정말 잘 활용했었는데, 일본에는 에릭센과 호이비에르가 없었기 때문인가. 어쩌다 측면이나 중앙에서 페널티박스로 들어간 순간에도 과감하게 슈팅이나 강한 크로스를 시도하기보다 뭔가 또 확실한 찬스를 만들려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일본식 축구가 실패한 날이다.

내일 가나와 경기를 치르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과 벨기에의 패배를 반면교사 삼았으면 한다. 첫 경기의 성공을 잊고 절대 자만하지 말 것이며(물론 가나를 상대로 어찌 자만을ㅎ), 넓게 시야를 벌려 빈 공간을 찾, 찬스가 생기면 과감하게 결정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살신성인 두 팀’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2022.11.28.월. 새벽.

마침 캐나다는 크로아티아를 상대로 1분 만에 선제골을 넣네. 오늘 경기 뭐냐. 일본도 지고, 벨기에도 지고, 크로아티아도? 개재밌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