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진짜 재밌다. 현재 여자 +81kg급 박혜정이 메달을 노린다. 역기를 들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게 힘으로만 되는 게 아니란 걸. 헬스장 다닐 때 처음 한 달 동안 꾸준히 힘이 늘어나는 느낌(착각)이 드는 것도, 사실은 신체기능이 좋아져서다. 중력을 거스르기 위해선 힘 뿐 아니라 ‘기술’도 중요하다.
역도 경기를 보면 단순하게 중량을 올려가며 들어올리는 게 아니라, 선수들 간(또는 코칭스탭 간) 전략 싸움도 치열하다. 단 세 번의 도전만 허용하고 가벼운 중량을 신청한 선수부터 경기에 나서므로, 첫 도전 중량과 이후 얼만큼씩 증량할지도 전략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해설이 참 중요하다. 어느 종목이든 그 종목의 규칙과 주요 전략 등을 잘 전달해주는 캐스터와 해설자의 조합은 중계를 보는 재미를 배가시켜 준다. 그 조합은 하루 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최고의 전문성과 설명력을 갖춘 해설자와 그의 능력을 최대로 끌어내며 흐름을 이끄는 캐스터가 있어야 한다. 최소 며칠간 함께 호흡을 맞추며 서로를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
세 방송사가 동시에 같은 종목을 중계할 때가 있다. 나는 보통 해설자를 보고 방송사를 선택하지만, 해설자가 엇비슷해 보이면 캐스터를 살핀다. 우선 캐스터의 기본 역량을 보고, 해당 종목을 얼마나 제대로 공부헸는지 따져본다. 그런 면에서 오래도록 그 종목 중계를 맡았던 캐스터를 선호하는 편이다.
오늘 역도 중계를 틀었는데 KBS에선 그동안 잘 중계하던 캐스터를 내치고 무려 ’전현무‘를 데려왔다. 어제부터 배너예고를 해대는 통에 대체 언제 나오나 궁금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난 KBS 중계를 보지 않는다. 전현무를 좋아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그의 능력을 의심해서도 아니다. 그보다 더 나은 기존 캐스터를 그저 ’인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체한 결정이 어이 없어서다.
MBC의 이성배 캐스터와 SBS의 배성재는 며칠째 같은 종목을
중계하는 중이다. 둘 다 목소리도 좋고 해설자와의 호흡도 좋다. 특히 배성재는 그 인기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종목을 중계함에도 불구하고, 맡은 종목을 제대로 공부하고 나온다. 다른 방송사 소속 캐스터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나는 MBC와 SBS를 번갈아 본다.
내가 전현무라면 중계를 맡지 않았을 것이다. 예능 전문MC가 갑자기 왜 여기와서 설치나. 배성재를 본받기로 하자.
부조리는 배드민턴에만 있는 게 아니다. 끝.
(박혜정은 곧 은메달을 땄다!! 축하합니다.)
2024.08.11.일
'Review >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FC안양] You go! We go! feat. 로제 [아파트] (0) | 2024.11.03 |
---|---|
일본야구 최고의 장면 오늘 또 갱신. (4) | 2024.10.12 |
[2024파리올림픽] 유도 혼성단체 동메달. 함께라서 더 즐겁다. (0) | 2024.08.04 |
[2024파리올림픽]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이라는 낭만 (0) | 2024.08.03 |
[2024파리올림픽] 이번 올림픽이 재미있는 이유 (0) | 2024.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