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평촌역에 있는 [작은국화 국수집]이라는 곳에서 먹었다.
전문적인 음식 블로거가 아닌 그냥 한량으로서 나는 음식과 식당에 대한 품평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 전문분야도 아닐 뿐더러, 내가 이 블로그를 통해 지향하는 바와 일치하지도 않는다. 그냥 그렇다고.ㅋㅋ)
단지 간단히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먹으며, 짧은시간이었지만 강렬했던 이곳의 이미지와 우연히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적고자 하는 것이다.
1. 학급여행지도 만들기
사실 이 식당에서 국수를 먹고 식비를 지불하기 직전까지 블로그에 이런 글을 적게 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
적어도 카운터 식비를 결제하기 위해 기다리다 뒤를 돌아보기 전까지는...ㅎㅎ
벽에는 다음 지도가 걸려있었다.(이 사진은 사장님의 동의 하에 게시함을 밝힌다.)
이 식당은 사장님 내외분이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두분과 가족들이 여행한 사진들을 다음 세계지도에 붙여놓으셨다.
상당히 개인화된 일상을 공공의 영역에 드러내었다는 시도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커다란 세계지도가 그것의 캔버스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 경영자 자신의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단순한 영업공간이 '모두'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광경을 무수히 보아왔다.
보통은 경영자가 좋아하는 골동품이나 예술작품을 들여놓거나 소장서적을 꽂아놓는 등이 일반적이지만, 요즘은 직접 만든 작품들을 전시해놓는 경우도 많다.
커피숍과 서양식요리를 취급하는 식당 등에서 주로 시도되는 이러한 인테리어 방식은 고객으로 하여금 단순히 재화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그 곳의 문화를 소비하거나 나아가 향유하도록 유인함으로써 열렬한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고단한 일상에 파묻혀 사는 직장인들이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주저없이 커피숍 운영을 꼽는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물론 다른 요식업 중 비교적 간단해 보이는 조리법과 소자본으로도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겠지만...)
잠시 다른 이야기를 조금 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위 세계지도를 보면서 나는 다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이게 본론이다.ㅎㅎ)
우리 교실에서 학급여행지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일단 벽에 세계지도를 붙이고,(우리나라 지도도 괜찮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들을 담아보는 것이다.
누구든 자유롭게 자신의 추억을 드러내고, 필요하다면 간단한 글을 첨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교실 어딘가에 게시되는 것들을 모아보면 미술시간이나 특별활동 시간에 그리거나 만들었던 작품이 대부분이다. (일부 선생님에 따라서는 화초와 완구제품 등을 전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습과 생활 지도를 목적으로 한 각종 게시자료들도 다수 교실벽을 차지하고 있다.
학습한 내용 뿐 아니라, 우리의 추억도 담자는 것이다.
인터넷과 SNS의 확대로 점차 우리의 추억이 온통 온라인 상에 가둬지고 있고, 까페와 밴드, 클래스팅을 활용한 학급관리가 일반화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이와 같이 오프라인에서의 추억을 나눌 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다면, 그 곳이 교실이라면 우리 교실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영업현장인 커피숍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듯,
공공의 영역인 식당이 사적 경험을 나누는 장으로 확대되듯,
우리 교실이 문화와 추억의 공간으로 풍요로워질 수 있기를 바란다.
(별것 아닌 아이디어로 참으로 거창하게 꾸며써봤다.ㅎㅎ)
2. 지난 흔적을 담는 공간, 교실
교실을 아름답게 꾸미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고, 전국에 고수들이 즐비하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이 식당은 국수집으로는 독특한 파스텔톤 벽색깔과 센스돋는 사진들이 들른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대부분 주인장 내외분들의 가족사진이거나 습작들이다.
교실을 꾸밀 때 이러한 아이디어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 사진을 담아보았다.
여기서 아주 인상적이었던 액자를 소개한다.
아래 액자들은 주인장 분들이 연필로 끄적끄적 적은 조리법(레시피)이다.(사진이 흐려서 뚜렷하게 안 보이지만..)
오래되어 종이색이 바래고 연필색이 흐려진 것으로 보아, 이 식당을 처음 차리실 때의 흔적들을 걸어놓으신 게 아닌가 싶다.
우리 교실들도 이러한 흔적과 질곡들을 담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보통 새학기가 되면 모든 것을 새로 뜯어내고 온통 새로운 것들로만 담아내려고만 한다.
교실 공간이 그 교실의 혹은 그 교실을 써왔던 자들의 역사를 담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것들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것이라면, 이 식당의 저 레시피 액자처럼 어떤 대안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예를 든다면, 그동안 그 교실을 썼던 학급 아이들의 단체사진을 걸어놓는다든가, 그 교실이 과거로부터 바뀌어온(내부수리도 포함된다.) 역사를 사진이나 글로써 담아 교실 뒷편에 걸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교실이라는 공간이 그저 제비뽑기를 통해 배정받은 우연의 공간이 아니라, 전통과 역사를 담아내고 전수하는 의미있는 공간으로서 인식될 수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교실을 보다 사랑하지 않겠는가?(실제 명문교라고 하는 곳들은 '학교'(교실 말고)에 대해 이러한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꿈이 너무 큰가...ㅎㅎ)
마무리
우연히 찾은 식당에서 별 쓸데 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나는 당장 2년 동안은 학급운영을 할 수가 없다.
대신 2년 뒤에는 지금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실천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 [작은국화 국수집]에 감사하며, 센스있는 인테리어 덕분에 다녀갔다는 유명인사들의 사진과 싸인들을 담는다.
2014.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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