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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아사다 마오, 고마워요.

by 라떼아범 2014. 2. 21.


아사다 마오 마지막 연기


방금 연아와의 이별 전에 먼저 아사다 마오와 이별했다.

(도대체 연아는 언제 하는거야?? 졸려 죽겠네~ㅠㅠ)

연아의 연기를 기다리며 몇자 적어봤다.


아사다 마오도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하겠다고 밝혔으니 오늘 그녀의 마지막 연기를 본 것이다.
142.71
쇼트+프리 합계점수 198.22점으로 현재까지 12명의 출전자 중 1위.
지난 쇼트프로그램의 부진(16위) 때문에 메달권 진입은 쉽지 않겠지만,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후 얻은 값진 성적이다.




애잔한 아사다 마오


만약 김연아와 동시대에 활약하지 않았다면,
피겨여왕이라는 칭호를 들었을 그녀를 보며 애잔한 마음이 든다.
한때 김연아보다 주목받았던 스타플레이어가 천재 선수를 만나 2인자로 주저앉기까지의 과정이
마치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서 무수히 반복되는 패배와 좌절의 일상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졌기 때문이다.

마오는 김연아가 한께 출전한 대회마다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면서 징크스를 겪어왔는데,
나 역시 그동안 살아오면서 1인자이기보다는 2인자이거나 그보다도 못한 위치에 있었던 적이 대부분이기에 
웬지 그녀가 겪었을 좌절감과 그동안 수없이 쌓였을 아픔을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특히 자국의 라이벌 안도 미키가 앞서 은퇴한 상태에서 
열도의 기대와 비난를 온전히 짊어져야 했을 그 가냘픈 어깨가 아직까지 무너져내리지 않은 것이 대단해 보일 정도이다.
지난 밴쿠버대회 때는 김연아와의 팽팽한 라이벌구도와 더불어 반일감정까지 더해져
우리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견제와 뭇배를 받았던 선수가 아사다 마오이다.
나 역시도 일본에 대한 악감정을 온전히 그녀에게 투사하며 김연아의 승리를 응원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우리 김연아 선수도 '김연아=대한민국’이라는 공식이 만들어낸 엄청난 부담 속에서 많이 힘들어 했던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 김연아는 본인의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을 통해 이를 극복해낼 수 있었고,
최근 인터뷰에서도 이제는 피겨스케이팅을 정말 즐기고 사랑할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김연아는 스스로 정말 행복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고,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동일한 행복감을 만끽하게 해준다.

그에 반해 아사다 마오는 아직까지도 온전히 스케이팅을 즐기지 못하는 모습이다.(물론 내 일방적 해석일 수 있지만…)
무척 긴장하고 경직된 모습은 오랜 기간 세계를 호령했던 최고 혹은 2인자의 모습이라고 보기엔 무언가 아쉽다.
쇼트 프로그램의 부진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고, 일본 내 언론에서도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고 하니까...
그녀는 이번에도 김연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니,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행히 오늘은 자신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마지막 눈물을 쏟아냈지만...


▼ 출처 : 스포츠매경




난생 처음 아사다 마오를 응원하다.


나는 그녀의 마지막 연기를 생방송으로 보며 그녀의 선전을 응원했다.(진심이다.)
그리고 이제 이 세계를 떠나기로 결심한 그녀에게 무한한 갈채를 보내며,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지난 수년 간 김연아와 더불어 피겨스케이팅의 변방인 아시아의 위상을 세계에 떨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동안 김연아의 훌륭한 라이벌로서 함께 경쟁해줌으로써
우리나라 국민들이 분에 넘치는 피겨여왕 김연아라는 보물을 소유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이다.

또한, 김연아가 철저히 자신만의 능력으로 놀라운 성공을 거두며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과 행복에 일조했다면,
아사다 마오는 묘하게도 ‘불가피했던' 그 패배를 통해 
실패란 나에게만 찾아오는 불행이 아니라는 것, 
누구나 자신의 노력과는 달리 경우에 따라서는 그 대가를 다른 이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때도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진리를 일깨워줌으로써 우리 보통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것만 같다.

희대의 천재와 동시대에 태어나지만 않았다면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아사다 마오.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하늘의 선택을 받지 못한 불운한 선수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김연아와 더불어 '아시아를 대표했던 또다른 훌륭한 선수’로 기억하고 싶다.


▼ 2010 밴쿠버 올림픽


PS_아사다 마오의 인성 문제를 들어 비난하는 여론이 있는데, 해당사항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므로 패스~ㅎㅎ


2014.02.21.(금)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