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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6월1일. 고문사화(高文士禍)

by 라떼아범 2014. 6. 1.

(이 글은 교육감선거에 나선 어떤 자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를 보며 감상을 적은 것이다.)


▲ 6월 1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기사들.(캡쳐)


  놀라운 시험 실력으로 각종 고시를 제패하며 국민적 관심을 모은 데 이어, 후덕한 인상과 넉살 좋은 말솜씨로 브라운관을 누비며 국민적 인기까지 누렸던 한 판사 출신 변호사. 그 실력과 유명세에 걸맞게 명망가의 사위가 되고 이어 정치적 성공까지 거머쥔 것도 모자라, 자식교육과 재테크 성공기를 정리한 서적과 강연 활동으로도 이름을 날린 국민스타. 고승덕 후보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에서 이룰 수 있는 모범적인 성공시나리오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정치적 행보에서 드러난 일부 잡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그의 명성은 그를 천만 시민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한 걸음 다가가게 만들었다. 그런데 정치판이라는 곳이 총과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시종 폭로와 공작이 난문하는 전쟁터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 결국은 정적 중 누군가의 목이 달아나야만 마침표를 찍었던 조선시대 사화와 무엇이 다르랴. 나는 사실 그가 왜 출마를 하여 이런 고초를 자처하는지 사실 잘 납득이 되지 않지만(사실 납득이 된다.), 어쨌든 이번 사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고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해보인다.


  하지만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인간말종’이라는 식의 원색적 비난까지 받고 있는 그에게도 어떤 말못한 사연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내 스스로 가정을 이뤄본 적이 없지만, 누구에게나 이 세상에서 마지막까지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을 비밀이 있다면 그것은 가정사일 거라는 정도는 알고 있다.


  특히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가 마주하고 있는 상대는 한 때 한 국가를 경영하기도 했던, 2인자 내지는 3인자 자리를 꽤나 오래 지켰던 사람의 ‘집단’(어제 보도된 기사에 따르면, ‘집단’이라는 표현은 그들이 자신들을 스스로 지칭한 표현이다.)이 아닌가. 그리고 그 집단과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한 편이라니. 그 정도 파워를 상대로 고후보는 그저 나약한 ‘개인’에 지나지 않는다.


  공학적으로 따져보면 그가 후보직을 내려놓기도 어려워 보이는데(마침 기자회견에서 완주의사를 밝혔다.), 자신의 사퇴가 정적을 이롭게 할 수도 있는 형국이니 어찌 스스로 그 길을 자처하겠는가.


  어쨌든 지금 상황은 ‘고문사화(고후보와 문후보의~)’라 불러야 마땅할 것 같다. 당사자들에게나 보는 우리에게나 이건 고문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그저 차라리 황새와 조개가 벌이는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도는 게 속편할지 모른다. 어쩌면 '영리한 어부’는 채비를 갖춰 바삐 강변으로 나섰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2014.06.0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