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매’ 벤 스틸러
벤 스틸러 감독/주연의 환타지 영화.
벤 스틸러는 카메론 디아즈가 히로인으로 열연했던 [매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코믹연기로 잘 알려진 배우다.
그 이후 [미트 페어런츠],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 성공한 코믹영화를 통해 코믹배우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그런 그가 사실은 감독과 제작자로서 많은 영화에서 재능을 발휘했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알았다.
그 경력이 거의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극히 평범한 외모와 어수룩한 표정연기 덕에 그동안 ‘볼매' 캐릭터로 좋아해왔는데,
또 다시 이렇게 괜찮은 영화를 들고 찾아왔다.
게다가 이 영화에서는 제작/감독/주연 모두 맡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환상남 월터의 등장
영화는 잡지사에서 사진 현상일을 하는 월터(벤 스틸러)의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는 직장에서 뿐 아니라 연애에서조차 실수를 거듭하는 소심남이다.
그래도 자기 일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전문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무척 특이한 버릇이 있는데 갑자기 어떤 환상에 빠져 멍해지는 것.
이런 그를 사람들은 당연히 이상하게 여긴다.
그는 늘 그렇게 자신이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들을 늘 상상 속에서만 실현할 뿐, 실제 실천을 해낼 용기는 없다.
그런 그를 지난 16년 동안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자신의 필름을 그 한 사람에게만 맡기는 유명 사진가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숀 오코넥(숀 펜 분)
디지털 시대에 아직도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여전히 휴대폰도, 어떤 정해진 일터조차 없는 괴짜 사진가다.
환상이 현실로 변하는 기막힌 반전
사건의 발단은 그 사진가가 전해준 필름 중 가장 중요한 25번째 필름이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그 필름은 완전 온라인판으로의 사업전환을 눈 앞에 둔 ‘라이프지’가 발간하는 마지막 인쇄판의 표지를 장식할 중요한 필름이었다.
새로 부임한 회사 대표는 몇일 안에 해당 필름을 현상해올 것을 월터에게 지시하고,
월터는 해당 필름을 찾아 그 분실사실을 숨긴 채 숀을 찾아나선다.
이 것이 상상 속에서만 영웅놀이를 하고 있던 월터가 미지의 세계를 향해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이다.
그는 인구가 8명밖에 되지 않는 그린란드를 시작으로,
상어와의 사투를 뚫고 도착한 망망대해 위의 선박을 지나
아이슬란드의 화산재를 뚫고,
홀로 아프가니스탄의 히말라야 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
철저하게 앞서 확보한 몇가지 단서를 근거로 무작정 떠나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가 상상하기만 했고 도전하지 못했던 일들이 그가 무작정 떠난 순간부터는 하나둘씩 현실이 되어가는 것 아닌가.
요원해보이기만 했던 짝사랑 상대 셰릴과의 관계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고,
(아이슬란드에서 우연히 구해 온 스케이트보드는 셰릴의 아들에게 전해진다.)
급기야 새 대표의 폭정에 대해 숨죽이기에 바빴던 작은 사람이 여행에서 돌아온 뒤엔 그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기까지 한다.
그 순간 라이프지의 모토는 큰 울림을 전한다.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
자신의 삶을 누릴 줄 아는 용기
물론 모든 일이 척척 원하는 대로 잘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마감일은 점차 다가오고, 새 대표는 끊임없이 월터를 압박한다.
첫번째 여행에서 숀을 찾지 못하고 돌아온 원터는 낙담하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숀 오코넥(숀 펜 분)의 다음 말을 전한다.
“너만큼 그의 의도를 잘 표현해주는 사람은 없다고 했어. 네가 그를 완성시키는거야.”
월터처럼 평범하고 심지어는 무능해보이기까지 한 사람조차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짝꿍’이었던 것이다.
다시 용기를 얻은 월터가 찾은 곳은 아프가니스탄의 희말라야.
유령이라 불리는 눈표범을 카메라 앵글에 담기 위해 숀이 도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온갖 역경을 뚫고 간신히 만난 숀.
그리고 그로부터 전해들은 엉뚱한 사실.(스포일링을 피하고자 여기까지만…)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았던 순간 월터는 깨달음을 얻는다.
눈표범을 직접 대면한 순간, 숀은 갑자기 셔터에서 손을 떼고 이렇게 말한다.
“가끔 안 찍을 때도 있어. 방해받고 싶지 않거든. 절말 멋진 순간에는. 나를 위해서.”
우리는 가끔 대양에서 좌표를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삶의 목적을 망각한 채 눈앞의 이익을 쫓을 때가 많다.
숀은 사진가로서 멋진 순간을 앵글에 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즐기고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그 유명한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타인의 삶을 살지마라…
인생은 영원하지 않다.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생각에 따라 살거나 타인의 신조에 빠져들지 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서 비롯된 소음이 여러분 내면의 목소리를 방해하지 못하게 하라.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갖는 것이다. “
(스티브 잡스,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 2005년 6월 12일)
나의 도전.
요즘 나는 또다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서기로 했다.
일단 시작은 했고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두고만 있는 상태인데, 내가 포기해야 할 것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려 마음이 편치 않다.
이대로 지금의 삶을 지속한다면 지금 갖고 있는 것들을 지키고 그것을 발판으로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새로이 적응해야 할 환경이 만만치 않고, 지금처럼 평온한 삶을 이어가는 것도 힘들 것 같다.
시간과 금전 상의 큰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ㅠ
그러나 일단 나를 맡겨봐야겠다.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월터가 상상하기만 했던 것들은 결국 그의 도전 없이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아니었던가.
나 역시 새로운 삶에 도전함으로써 그동안 환상으로만 가두어져있던 것들이 현실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모든 용기있는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응원받아 마땅하다!’
홀로 이렇게 생각하고 일단 해보련다.
(사실 이 순간도 두려움이 더 크다. 월터의 힘을 빌어 이렇게 그냥 다짐하고 있을 뿐…)
2014.02.2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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