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든 생각을 약간 오바해서 써봄ㅋ)
지금 난국의 또다른 피해자. 이 나라의 모든 무속인(Shaman)들
우리나라는 유전적 특질인지 문화적 독특함인지 모르겠지만 세계적으로도 다양한 종교가 융성하는 특이한 나라다. 검증 안된 출처에 의하면, 사이비종교가 제일 활개하는 곳이라고도 한다. 어쨌거나 종교의 자유가 잘 보장된 나라이니 이 또한 가능하겠거니 생각한다.
이런 와중에도 아무튼 '정교분리'의 원칙만큼은 헌법에서나 사람들 의식속에서나 나름 그 위상이 공고해 보인다. 물론 권력자가 특정 종교에 몰빵하여 몇 차례 사회적 무리를 초래하기도 했고, 대선 때면 종교별로 특정 후보를 민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사회적 안정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자유종교시장 생태의 역동성 때문이리라.
재미있는 건 종교끼리도 나름의 서열이 있어 마치 금융권을 '1,2,3,기타'로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맨 꼭대기에는 당연히 불,카,개 등이 있을 것이고, 맨 밑바닥엔 무속신앙이 자리한다. 무속신앙은 또 다시 무당, 주술, 점술, 역술 등으로 세밀하게 구분될텐데, 각각의 차이와 그들간 서열관계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상 유례없는 국정농단을 목도하는 시민들에겐 분노와 황당함을 넘어 참담함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 통일된 감정은 한 선출된 권력이 한 일반인에 의해 놀아났다는 것 이외에, 그 일반인과 권력자를 잇는 고리가 다름 아닌 '무속신앙(Shamanism)'이었다는 것과도 상관이 있어 보인다. 나는 그 후자에 주목한다.
전술하였듯, 우리나라는 극심한 종교적 갈등에도 나름의 평화적 안정상태를 지키는 지혜(?)를 갖췄다, 게다가 특정 종교색을 대놓고 드러내는 권력자도 용인하는 관대함마저 엿보인다. 롯데와 기아팬이 아무렇지도 않게 옆자리에서 각자의 팀을 응원해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나라가 이 나라다.(양키즈 져지를 입고 홀로 보스턴 시내를 걷는 양키즈팬을 상상해보라.)
하지만 현재 타임라인을 뒤덮은 비난과 조롱으로부터 일상화된 '종교적 서열의식'과 무속신앙을 향한 뿌리 깊은 '무시'를 읽는 건 나 뿐인가. 즉, '정교분리는 잘 모르겠고, 정무(巫)유착은 좀 쪽팔리자나'하는 그 의식 말이다.
그런데 이게 과연 합당한가. 종교학에서 종교의 발전 과정을 논하며, 초기에 무속신앙을, 후기에 현대종교(이게 뭔지 모르겠지만)를 놓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 자체로 종교적 서열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종교를 갖는 개인의 신념체계나 종교가 진퇴하는 사회적 현상에 과연 우열이란 게 있겠느냐는 말이다.
만약 그분의 신념체계를 비판할 요량이라면, 그 화살은 신념의 원시성 내지는 비합리성에 맞추어져야지 단지 무속이란 '제물'을 향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부 사이비종교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종교는 나름의 사회적 역할을 갖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남은 것이다. 새해면 토정비결을 펼치고, 빵속에 포츈레터를 담고, (이제 곧 있을) 교문마다 수능대박 쪽지를 붙이는 풍속을 우리는 한심하다 하지 않는다.
끝으로, 이쯤이면 전국 무속인들이 얼어서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ㅋ
-사진출처: 나무위키
2016.10.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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