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적 사유, 신화, 신뢰, 공동체, 그리고 진보
<이미지 출처: http://i.huffpost.com/gadgets/slideshows/513352/slide_513352_7209636_compressed.jpg>
약 7-3만년 전에 새로 출현한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능력을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지혁명’이라 불렀다. 추상적 사유가 가능했던 사피엔스(현생인류)는 이를 통해 신화를 창조해냈고, 신용을 기반으로 한 대단위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이론이다. 대단위 공동체가 공동의 목적을 향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사피엔스가 상대적인 신체능력의 열세를 극복하는 힘이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에렉투스 뿐 아니라 여타 유인원 및 동물들과의 경쟁을 이겨내고 지배하게 된 배경을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대사회를 신용사회라고 부르기도 하던데,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신용 없이 성립하지 못한다. 자본주의에서 너무 중요한 돈(money)은 대부분 통장의 숫자로 찍혀있지 개인의 수중에는 매우 소액만이 있을 뿐이고, 그 종이(면)쪼가리나 금속덩어리는 화폐로서의 단위가 매겨지기 전에는 그저 날짜 지난 신문지나 맥주병뚜껑보다도 하찮다. 실제 가치보다 지극히 개인이나 집단의 심리에 따라 널뛰기하는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만 보아도 이를 가능케 하는 인간의 추상적 능력이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고별기자회견(’17.01.18.)에서 오바마는 이렇게 말한다.
“이것이 우리 관계의 핵심입니다. 아첨꿈은 여러분의 역할이 아니죠. 회의적이고 제게 어려운 질문을 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엄청난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칭찬하기보다는냉철한 시각으로 봐야 하는 역할이죠.”
“비극적인 일들은 일어납니다. 이 세상에는 악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진실되고 옳다고 믿는 것들에 충실하다면 결국 세상은 조금씩 나아진다고 믿습니다.”
나는 “믿으면 이뤄진다.”, “Dream comes true.” 따위의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믿음’이나 ‘꿈’으로 개별사안의 성취가 담보된다는 생각은 너무 나이브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화와 신뢰’가 인간의 본성에 의해 ‘창조’되어 공동체의 진보를 가능케 한 동력이었다는 지적에는 당연히 동의한다. 그래서 나는 “진실되고 옳다고 믿는 것들에 충실하자”는 오바마의 주문을 단지 믿음으로서 성취하자는 구호이기보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사회의 발전을 위한 실제적 노력의 요청으로 이해한다.
인간 사회 전반이 신용에 기반하지만, 그중 민주주의란 ‘허상’이야말로 신화와 신뢰라는 고도의 추상능력을 전적으로 요구한다. 완전히 망한 은행이나 주식시장에겐 정부나 공권력이란 최후의 보루가 있지만, 무너진 민주주의는 스스로 서지 못하면 한순간의 연기처럼 사라지는 매우 위태로운 처지란 뜻이다. 그래서 생존을 넘어 진보를 향해선 진실되고 옳다고 믿는 것들을 향해 노력하고 정진할 수밖에 없다. 전적으로 신화와 신뢰에 기대서 말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여러분의 대단한 기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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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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