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불사를 외치는 분들이 자꾸 눈에 띄어서..)
전쟁의 공포
<image: 영화 Thin Red Line 포스터>
이미 오래 전 기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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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나는 매일 <전군사고사례>란 것을 볼 수 있었다. 현장사진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어서 무척 놀랄 때가 많았는데, 지휘관들은 안전교육 때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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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사고는 전방에서 훈련 중 발생한 <무반동총 사고>였다. 무반동총은 탄환이 발사될 때 반동이 없는 대신, 뒤쪽으로 후폭풍이 발사되는 화기였다. 그 후폭풍의 위력이 엄청나서, 보통 120도 각도로 십수미터 후방 전체가 살상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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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탄환이 발사되지 않고 총열에 걸리는 문제(불발)가 발생하였고, 갓 부임한 소위는 성급하게 화기의 후면에 손을 대고야 말았다. 불발 시 1분여를 대기한 후 조치하여야 한다는 안전매뉴얼을 잊었거나 무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대가가 너무 혹독했다. 그는 순식간에 어깨 아래 한쪽 팔 전체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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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잘려져 파랗게 부은 팔과 나머지 성한 팔로 두눈을 가리고 괴로워하는 소위의 얼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난 그날 처음으로 모르는 후배의 고통에 괴로웠고, 나의 상대적 안전에 감사했다. 그리고 이런 광경이 일상화되는 <전쟁의 공포>에 대해 처음으로 실감해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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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인류가 나온 이래로 전쟁과 그로 인한 희생자수는 꾸준히 줄어왔다고 밝힌 바 있다. 광기의 가장 극단적 형태가 전쟁이라 할 때, 인간 이성을 신뢰해도 되는 근저가 바로 <전쟁의 통제>에 있는 것이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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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요즘 툭하면 <전쟁불사>를 외치는 사람들은, 용감한 것인가 어리석은 것인가. “공포를 모르는 군인은 엉뚱한 전투에서 가치 없이 죽는다.” 드라마 <<송곳>>에 나오는 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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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늘 노인들이 일으킨 전쟁에서, 젊은이들이 죽었었지!!
2017.02.2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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