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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전기, 삶의 개선. 실력

by 라떼아범 2017. 7. 16.

전기, 삶의 개선. 실력


(5월 7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끄적였던 글을 옮겨 적는다.)


▼ 내 방 형광등



2년 전쯤 대학원 강의 중 선생님께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질문하셨다. 
인쇄술, 세탁기 등 다양한 답이 나왔으나, 그분의 생각은 전기였다(정확히는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라고 해야겠지만…).
전기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는 모두 사라진다는 것.


그동안 별로 해본 적 없는 생각이라 새로 발견한 기쁨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충격은 그동안 내가 너무 인문적으로 세상을 보아왔다는 반성이었다.


인쇄술을 중요하게 취급하는 이유는, 인쇄술 때문에 교회 권력, 기득권 권력이 재정립됐다는 해석이 크고,
세탁기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역시 여성 해방, 권익 신장 같은 인문적 해석을 동반한다.


반면 전기는 단지 인간의 물리적 생활을 개선했다는 것만으로도 단순명료하고 가치롭다.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곤 하는데, 이건 사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지나치게 인문적 활동에 치우친 삶을 사는 나는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부끄럽기 그지 없다. 당장 집안 기구가 고장나도 혼자 힘으로 해결할 것이 몇 안 된다. 지난 해 고장 난 형광등 안정기를 몇 달이나 방치하다 유튜브를 보며 간신히 고쳤는데, 셋 중 등 하나는 여전히 안 들어오지만 그냥 놔뒀다. 두 개로도 살 만 하니 쉽게 포기...


이런 때마다 일단 물리적 삶을 개선하는 능력에 관심이 간다.


마침 선거를 앞두고 각종 의식적, 인문적 구호가, 그래서 이 후보가 저 후보보다 낫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이 때 이념과 철학을 늘 먼저 주목하기 마련이다.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물리적 삶을 개선하는 능력은 이념이나 철학과는 무관한 때가 많다.


진짜 실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데 실력은 무엇으로 알아보지? 실력을 보여달라.


2017.05.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