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갔던 테라로사 서종점은 기존 건물을 개조했는지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특유의 격납고 같은 공간설계 때문인지 매우 적절한 백색소음을 만들어낸다. 공부이든 작업이든 완전한 적막보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바, 챙겨간 책을 읽으며 그곳이야말로 진정 백색소음의 세렝게티라는 생각이 들더라.
차를 대기 위해 한참이나 눈치를 살피고, 20여분 줄을 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쥔 뒤에도, 지하철에서나 볼법한 자리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전쟁터 같은 곳이었지만 의외의 매력이 숨어있었다. 아마도 그 소리를 잊지 못한 몸뚱아리는 또 다시 그곳을 찾지 않을까. 감각의 기억은 늘 이성을 압도하는 법이니..
백두산에 가면 어김 없이 천지 물을 병에 담아 오듯, 나는 테라로사표 백색소음을 아이폰7에 담아왔다. 녹음파일 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하겠지만, 사진과 함께 유튭에도 올려둔다. 가만 두면 사라질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이렇게 약간의 수고로움을 요한다. 끝.
2017.08.05.SAT 18:43-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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