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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삶이 예술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를 둘러보고.

by 라떼아범 2017. 8. 29.

삶이 예술입니다.

오늘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를 돌아보고, 이어서 엄마를 만나러 바로 충주에 왔다.


백남준은 1억 짜리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을 부수어 버린 적이 있다. 바로 옆에선 어떤 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비명을 지르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에겐 이 퍼포먼스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나 보다. 백남준은 생전에 바이올린 뿐 아니라 피아노 등 수많은 악기를 부수었는데, 이는 음악전공자였던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부수었더니 예술이 되었다.

충주나들목에 도착하기 전 교통사고가 있었다. 구급차와 렉카가 괴상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홍해를 가르기 시작했고, 나는 꼼짝도 못한 채 30분 이상 현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고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날 때쯤엔 이미 사고 흔적은 말끔히 정리된 뒤였다. 살짝 궁금했는데 아쉽기도 했다(나 사이코 아님. 본능일걸) 이것도 부순 건 마찬가진데 아무도 예술로 부르지 않는다. 



▲백남준, <로봇456>


▲ 한 한국작가의 작품. 시리(Siri)처럼 묻는 말에 대답한다.




부순 건 똑같은데 뭐는 예술이 되고 어떤 건 그냥 비극의 한계를 넘지 못한다. 사고현장을 목격하는 경험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기도 하는데, 더럽고 기괴한 것으로부터 어떤 경험을 이끌어내는 ugly art와는 질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가짜'와 '진짜'가 구별의 기준은 아닐 것이다.

듀이는 <경험으로서의 예술>에서 "예술가의 참된 작업은 그 전개과정에서 끊임 없이 변화하며 움직이는 가운데 지각 속에서 정합적인 어떤 경험을 구성해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술적 행위'와 '미학적 경험'을 구별했고 후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소 정의에 차이는 있겠으나, 듀이 뿐 아니라 '미학적 경험(미적체허모)'을 언급한 학자는 제법 있다.

어쨌거나 일상에서 얼마든지 예술적 경험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석해도 될 것이다. 나는 특히 시간이나 돈이 아까워 갈까 말까 했던 어떤 곳에서 의외로 뭔가 새로운 감정이 올라올 때, 예술 작품을 감상할 때와 비슷하단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일부러 미술관이나 음악당을 찾지 않아도, 굳이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예술작품을 느끼고 생각하려 노오력하지 않아도, 예술가가 빠진 예술적 경험은 일상에서 제법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선지 광고에 나올 법한 (약간 과장을 보탠) 다음 말이 와닿는 하루였다. "삶이 예술입니다." 나의 삶을 돌아본다. ugly art다. 끝.


(난 '예술'이 무엇인지 잘 모르니 자세히 적을 수 없다.)


#전반적으로헛소리같은건밤이라서그러함


2017.08.26.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