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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사회&문화

R.I.P. 마광수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

by 라떼아범 2017. 9. 5.

R.I.P. 마광수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


지난 해 2월, 영화 <동주>를 무척 감동적으로 봤다. 본래는 그저그런 신파극인 줄 알고 지나칠 뻔 했는데, 영화가 윤동주의 정서 ‘부끄러움’을 잘 다뤘다는 평을 우연히 보고는 보기로 결정했다. 동무이자 사촌 몽규를 향한 동주의 동경과 부끄러움이 영화를 이끌며 큰 울림을 준다. 내가 웬만해선 안 우는데, 쪼끔 눈물도 맺혔다.



영화를 본 후 조금 더 찾아보니, 그 ‘부끄러움’이란 정서를 처음 제안한 이가 다름 아닌 마광수 교수였다. 바로 그 박사논문(1984)은 높은 완성도 덕분에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그의 윤동주 연구는 이후 학계에서 주류해석으로 받아들여졌고,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교과서에서 윤동주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광수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92년 <즐거운 사라>로 외설시비가 일었던 때가 기억난다. 연행돼 가면서도 특유의 무심한 표정과 당당함이 퍽 인상적이었다. 9시 뉴스에서 얼마나 까댔으면 열한살 꼬꼬마도 또렷이 기억할 정도다. 그땐 나도 똑같이 손가락질을 했을 것이다. 대신 그의 이름 세 글자 만큼은 머릿속에 분명히 새겼다.

그의 출세작이자 대표작 <윤동주 연구>. 이분 책을 읽어 본 적도 없고, 평소 윤동주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아닌데, 부고를 전해듣고는 서둘러 주문했다. 나름 깨인(?) 성인이 되고 보니, 세상의 금기와 위선에 맞선 이에겐 이유 모를 존경심이 들더라. 나의 '부끄러움'을 조금은 씻기 위함이리라. 마치 동주가 그랬던 것처럼..


2017.09.0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