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을 만나다.
내가 신해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시절 그가 솔로로 활약할 때였다. 어렴풋이 무슨 가요 프로그램 같은 곳에서 황토색 기지바지를 입고 있었던 그를 기억한다. 그 다음 기억은 넥스트 시절 ‘도시인’이다. 이 때만 하더라도 Rock음악의 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던 때임에도 나는 그 노래를 여러차례 들어보았고 심지어 흥얼거리기까지 했다. 그 이후 나는 잠시 넥스트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이 때부터 주로 외국음악을 즐겨 들었던 탓도 있지만, 넥스트가 다소 매니아들을 위한 음악적 행보를 걸었던 이유도 있다.
신해철을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97년 중학교 1학년 때이다. 넥스트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시도였던 싱글앨범을 발매하고 방송활동도 비교적 왕성하게 하기 시작했다. 명곡 ‘Here I stand for you’가 이때 나온 곡이다. 나는 이 노래를 길거리에서 구입한 ‘최신가요’ 테이프에서 처음 들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외국음악을 즐겨듣다보니 우리나라 음악을 모두 시시하게 여기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당시 유행하던 노래방에서 거의 1년 내내 이 노래를 18번으로 불렀다. 친구들도 으레 내 차례가 되면 이 노래를 예약해주곤 했었다. 요즘 들어보면 당시 사운드는 높은 수준이 아니었지만 작곡과 편곡 모두 해외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만큼 훌륭했다. 그 날부로 나는 넥스트와 신해철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무렵 넥스트의 멤버는 신해철, 김세황, 김영석, 이수용이었으며, 이른바 황금기로 일컬어진다.
바로 이어진 앨범이 콘서트 앨범(1997)이다.
나는 그 때까지도 CD플레이어가 없어 소니 워크맨에 넣는 테이프를 샀는데, 두 개의 테이프(1,2로 구성) 모두 늘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반복하여 들었다. 앨범에는 넥스트의 히트곡이라 할 수 있는 곳들은 모두 들어있었으므로, 나는 사실상 이 때에야 비로소 넥스트와 신해철의 음악에 대해 그나마 제대로 알게 된 것이다. 이 앨범에서는 ‘Hope’와 ‘영원히’ 등의 곡이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정규앨범에 있는 곡을 들어봤는데 콘서트만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두 곡의 노랫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가슴에 다가온다. 나는 요즘 이 노래들을 들으면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그 언젠가 먼 훗날에, 반드시 넌 웃으며 말할거야. 지나간 일이라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2014.10.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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