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에서 기간제교사 감축안을 결정하였다. 그래서 그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글로 적어봤다. 이 글은 순전히 나의 개인적 의견이며, 제한된 정보를 바탕으로 하였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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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정치와 공공성 - 경기도교육청의 기간제교사 감축 결정에 대하여
최근 연구실 동료의 “정치는 도덕의 영역”이라는 주장에 대해, “정치는 도덕과 무관한 영역”이라고 반박한 적이 있다. 당시 내 주장은 도덕(여기서는 칸트식의 보편적 도덕법칙을 뜻한다)은 기본적으로 개인의 행동을 규제하고 선하게 행동하도록 명령하는 ‘기준’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 또한 도덕을 정의하는 다양한 철학적 입장에 따라 달리 볼 수 있는 여지가 있겠지만, 어찌 하였든 정치의 영역은 ‘전칭판단’적 도덕이 자리하기에는 다양한 의사결정자(최소한 민주주의사회에서는)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는 지나치게 복잡한 영역이라는 것이 내 주장의 골자였다.
대신 정치에서는 '공공성'이 그 공동체에서의 정치적 활동을 규제하는 주요 준거가 되어야한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었다. 공공성은 '소통가능성'과 '정보의 개방성' 등을 함축하는 것임을 밝힌다. 물론 도덕이 정치에서 완전히 제거된다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개인의 정치적 판단에 있어 늘 도덕적 기준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고, 시민들은 때로 도덕적 기준에 따라 타인의 정치적 행위를 평가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적 판단과 행위는 도덕적 잣대보다는 '공공성'의 준거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이 여러모로 정당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기타 '경제적 합리성'과 같은 더욱 복잡한 조건들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겠다.)
공공성의 핵심은 '언론의 자유'와 '의사결정의 참여' 등에 대한 실질적 보장이다. 대의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가치는 특히나 중요하다. 고대 그리스나 현대 스위스의 모 지역과 같이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채택한 특수한 곳이 아닌 한, 이 기준은 늘 중요하게 곱씹어져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든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정치의 우산 아래 포섭될 수밖에 없고, 제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그 안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어떤 주장이나 요구이든 제약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대의통치자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수시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 이런 권한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야말로 나는 '사회적 약자'라고 부르겠다. 사회적 약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정기적으로 똑같이 '한표'의 소극적 권리를 갖지만, 대부부의 의사결정에서 자신의 적극적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적극적 권리는 '생존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들을 최소화시키는 쪽으로 향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이번 결정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오늘 아침 우연히 이 기사를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기시가 '참'이라는 전제 하에, 경기도교육청이 무상보육/금식 예산이 모자라 결국 꺼내들었다는 것이 '고용불안정' 카드였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전국에서도 대표적으로 진보교육을 표상한다는 경기도의 결정이라 더욱 그렇다. 이는 교사의 고용불안정과 수업시수 향상은 수업 질 하락과 자연스레 연결되므로, 최종적으로는 보육/급식과 교육(다소 좁은 의미로서)에서 전자를 선택한 결정인 것이다. 더 좋은 대안이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다음은 해당 정책적 판단에서 완전히 소외된 사람들 자체에 대한 것이다. 직접 피해가 예상되는 기간제교사들과, 시수상승으로 보편부담을 안게 될 교사 전반, 그리고 학생들이다. 나는 앞서 공공성과 도덕을 대립시킨 바 있고, 정치에서는 공공성이 보다 중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지금 사례에서 두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충족된 것이 있는가? 공공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교사들은 그저 완전한 '피고용자'로서 '고용자'의 처분을 '따르기만' 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일 뿐이다.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여기서 학생들의 학습권 역시 제대로 고려되었는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9시 등교 정책]을 관철시켰다던 지난 9월의 향수가 겹쳐 떠오르는 이유이다. 이번엔 도덕적으로 생각해보자. 지금 당장 수백명의 비정규직 교사가 지금보다 더 불안한 고용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단지 '공약이행'이라는 행위자의 또다른 '도덕적 순결성'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우린 도덕시간이 인간은 늘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이 사람들은 그냥 수단으로 대해도 되는 것인가? 내가 정치에서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했던 도덕의 기준으로도 이번 결정은 그다지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 모든 문제는 결국 공공성의 포기에 따른 것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데 있어 그 어떤 사회적 협의과정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아무리 선의에 의한 것일지라도, 아무리 분명한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것일지라도, 공공성이 전제되지 않는 정치적 결정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한 이렇게 사람의 '밥그릇'과 관련되는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특히 신중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생존'이고, 이는 그 어떤 대의명분과도 타협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결정하여 발표까지 했으니 결국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아직 시행 전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 허락되는 시간동안 보다 적극적인 '공공성의 회복'을 기대해본다.
※ 현실적으로 교육은 정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 정치판에 미치는 파급을 보라). 더욱이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교육감은 이미 정치인으로 보아야 마땅하고, 교육감의 결정 중 상당 부분은 정치적 판단에 의한다는 것이 우리의 상식이다.
2014.11.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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