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기로 했다. 우선 학교에서 하는 [건강운동강좌-야구]를 신청해서 다음 화요일부터 주2회 각 2시간씩 야구를 배우게 되고, 오늘 그 시작으로 글러브를 고르고 왔다.)
어릴 적 나에게 야구란?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나는 명실상부 국민학교의 마지막 세대다. 내가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해 국민학교라는 이름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으니까)는 시골깡촌에 있던 조그만 학교라서 전교생의 이름은 몰라도 얼굴과 사는 곳 정도는 다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이름을 모르면서도 어찌 사는 곳을 알 수 있는 것이냐며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그 이유를 설명하자면, 고학년부터 저학년까지 아이들이 어느 정도는 가깝고 먼 친인척으로 연결되어 있었기도 하거니와 대충 한 번만 들어도 녀석들의 사는 곳을 공간적으로 머릿 속에 저장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단지 문자적인 기억에 비해 공간적인 기억은 뇌의 그 신비로움때문에 보다 오래동안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촌구석 학교에서 누릴 수 있었던 축복들 중에(그것말고도 워낙 많아서) 단연 최고는 <운동장을 내 집 앞마당>처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것은 자의와 타의가 반반씩은 뒤섞여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그 당시 아침에 교실에 들어서기 전과 방과 후 교문을 나서기 전에는, 어쩔 수 없이 형들이 주축이 된 <축구나 야구> 경기를 만나게 된다. 이 때 워낙 전교생이 적은 학교의 특성 상 경우에 따라서는 다소 어린 아이들이 부족한 인원을 채워주기 위해 경기에 끼게 되는 일도 생겼던 것이다. 마치 직업축구선수가 감독의 부름을 받고 처음으로 대표팀 경기에 나설 때 처럼, 바짝 긴장하고 치른 그 첫 경기에서 실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꼬마 선수>는 이후 형들로부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히고 이후 경기에 출장할 기회가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어떤 아이는 2학년 때, 또다른 녀석은 뒤늦게 4학년 때 <성인경기>에 정식으로 나서게 되는 것이었다.
어릴 때의 <운동신경>이라는 것이 특별히 분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축구를 잘하는 아이는 대체로 야구도 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도 두 운동 간에는 필요로 하는 운동능력 면에서 나름의 차이가 존재한다. 축구는 대략 힘과 스피드의 우위만 있어도 경기에서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는 특징이 있는 데 반해, 야구는 뜬 공을 글러브나 맨 손으로 잡아내거나 배트의 중심에 야구공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정도의 기본적인 <협응력>를 갖추지 못할 경우 사실상 경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제로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당시 야구에서는 그 꼬마 선수들의 데뷔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보다 객관적일 수 있었다. 공을 던져주고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2학년 때 처음으로 야구경기에 데뷔했다.
그날 이후 야구는 국민학교 내내 축구와 더불어 내가 가장 즐기던 운동이었다. 학교 체육창고에 야구장비가 충분히 있었던 것과 그것들을 언제든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주된 이유였다. 물론 나는 내 개인 글러브와 야구공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내가 만약 대도시에서 국민학교를 다녔다면 어떻게든 부모님께 떼를 써서 리틀야구팀에 입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이후 야구는 그 복잡한 규칙과 장비의 필요 때문에 축구나 농구보다 분명 멀리 있었고, <보는 야구>보다 <하는 야구>는 분명 덜 친근했다. 그렇게 야구는 점점 더 멀어졌다. 간간이 형과 즐기던 캐치볼도 이제는 거의 10년 전 기억을 더듬어야 하니...
나의 야구인생을 새로 시작한다.
그리고..내일 모레.. 나의 야구인생을 새로 시작한다.
거의 20년 만이다.
지난 1년 간 간이배트와 뽁뽁이공으로 <연구실 야구>를 즐기며 <적응준비>도 마쳤다.
그 첫테이프는 글러브다. (아직 야구화와 의류 등 내 지갑 안을 욕심낼 다음 주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오늘 안양에 있는 야구용품전문점을 찾아 직접 골랐다. 제조사 <모리모토morimoto>. 일제처럼 보이지만 국산이다. 일본식 브랜드명을 정한 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절대 국산이라는 홍보는 안 한다고ㅎㅎ). 윌슨보다 딱딱한 가죽을 쓰기 때문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다소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오래도록 그 형태가 잘 보존될 뿐 아니라 공이 미트에 박힐 때 나는 ‘퍽’소리가 죽인다는 것이 사장님의 추천평이다. 그 맛에 야구하는 거 아니겠나. 올라운드용을 추천받았지만, 나의 운동신경을 믿기에(?) <내야수용>으로 고집했다.ㅎㅎ 일주일 간의 길들이기를 거쳐 다음 주에 받기로 했다.
모델명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겠으나, 1등급이다. 요즘은 알록달록 튀는 색상도 많지만, 오래될 수록 멋을 더하는 색상으로 정했다. 무슨 색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 녀석에게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갔다. 윌슨이나 미즈노와 같은 유명메이커로 <안정빵>을 고르지 않은 것은, 당연한 길을 가지 않으려는 개인적 <기개>의 발현이니 이해하라. 디스는 정중히 사양하겠다.
▼ 모리모토 1등급 2015. 초점이 잘 안 맞았다.
리퍼트 대사 버전으로.. “야구와 모리모토 글러브. 같^이^ 갑시다^”
2015.03.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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