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는 자로서, 등번호 23번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23번. 등번호의 스토리텔링.
현재 나는 학교 내 스누리그(SNU league)에 참가하는 생명과학부 동아리 뮤턴츠(Mutants)와 안양리그에 참가하는 사회인야구팀 안양버팔로스에서 뛰고있다. 뮤턴츠에서는 내 유니폼을 맞추면서 나의 고유 등번호를 선택할 수 있었다(안양버팔로스에서는 팀에 있던 임시 유니폼을 쓰고 있다. 현재는 69번이고 이후 진짜 내 유니폼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며칠 전 등번호가 찍힌 첫번째 야구 유니폼을 갖게 되었다. 내 등번호는 23번.
▲ 내 뮤턴츠 유니폼. MLB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컨셉과 유사하다.
오늘 나는 등번호로 23번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노트북 앞에 앉았다. 뭐가 그리 대단한 번호라고 이렇게 야단법석인가 싶으실텐데,, 내 설명을 차근차근 보면 충분히 납득이 되시리라..ㅎㅎ
등번호.
우선 축구에서는 일반적으로 1~22번 중에서 번호를 고른다. 그리고 번호마다 어떤 고유의 의미가 있어서 선수들은 그 의미에 따라 번호를 고르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10, 9, 7, 11번 등이 보통 선호되는데, 그 이유는 10(마라도나, 지단, 메시 등), 9(펠레, 호나우도 등), 7(베컴, 호날도 등)번 등 어차피 몇개 안 되는 번호 중에서 레전드들의 번호를 따라 번호의 성격 등이 대체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10번은 보통 플레이메이커, 9번은 골 잘 넣는 선수, 7번은 윙이나 윙포워드 이런 식으로. 물론 시대에 따라 선호되는 번호들에 차이가 생기기는 한다. 특히 전통적으로 인기있던 9, 10번과 달리 최근 7번의 인기가 그 예가 되겠다. 베컴과 호날도의 기여가 아닐지. 이제 토트넘으로 이적을 확정한 손흥민의 등번호도 그의 플레이스타일에 어울리는 7번 되겠다.
그에 반해 야구에서는 그저 자기가 좋아하는 번호를 골라 쓰는 것이 보통이다. 팀의 레전드 번호는 영구결번되기도 하니 어차피 그 번호를 이어쓰는 것도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또한 워낙 팀 엔트리가 축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감독이나 코치, 2군에 있는 선수들까지 등번호를 갖고 있다 보니 별의별 신기한 번호가 다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만도 0번(공필성), 00번(김경기) 등등..ㅋ
아무튼 스포츠에서 등번호가 갖는 의미가 궁금한 사람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는 것이 낫다. 아주 잘 정리되어 있으니..
등번호 - 나무위키에서 보기 https://namu.wiki/w/등번호
Michael Jordan No.23
사실 23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굴까? 바로 마이클 조던이다. NBA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였던 조던은 잠시 야구로 외도를 했다 돌아왔을 때(45번)를 제외하면 현역시절 대부분을 23번 등번호로 활약했다. 내가 처음 NBA를 알았을 때가 92-93시즌인데, 당시 챔피언결정전에서 조던의 시카고불스와 찰스바클리의 피닉스선즈가 맞붙었었다. 희대의 라이벌이었던 조던과 바클리의 격돌로서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었고, 최종 우승팀은 조던의 시카고불스였다. 조던에 버금가던 슈퍼스타였던 찰스바클리는 그 당시 꾸준히 조던의 그들에 가려 2인자 이미지로 각인이 된다. 워낙에 2인자를 추종(?)하는 취향의 나로서는 최고스타 조던보다는 2인자였던 바클리가 맘에 들었었는데, 그래서 그의 등번호 33번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33번도 먼저 살펴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번호는 이미 다른 선수들이 쓰고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잘 됐다. 나에게는 33번보다 23번이 어울린다. 요즘 특히나 나이키를 좋아하는 나로선 조던과 앞으로 늘 함께 갈 수밖에 없으니까...ㅋ
▲ 이미지 출처: http://xstaticradio.com/2015/03/09/episode-number-jordan-sportsnext-ep-23
정민철. 나의 영원한 레전드.
야구를 하는 사람들이 등번호를 결정할 때 주로 많이 참고하는 것이 그들에게 레전드로 기억되는 스타플레이어의 등번호이다. 나에게 최고의 레전드는 아무래도 이 선수가 아닐까 싶다. 한 때 한화이글스의 에이스 정민철... 92년 내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시절 데뷔하여 송진우, 구대성 등과 더불어 줄곧 한화의 철벽투수진을 이끌었던 레전드 중에 레전드이다. 그는 처음엔 55번을 사용했었지만, 곧 등번호를 바꾸어 2009년 은퇴할 때까지 23번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의 등번호 23번은 한화이글스에서 두번째로 영구결번된다(첫번째는 장종훈의 35번). 정민철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아래 링크 참고.
90년대 KBO 최고 에이스 정민철에 대해서 - 나무위키 https://namu.wiki/w/정민철
▲ 이미지 출처: http://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9/10/2009091001556.html
Greinke No.21, Kershaw No.22, and ...
다음으로 최근 MLB에서 가장 핫한 두 투수 되시겠다. LA다저스의 원투펀치로서 역대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바로 클레이트 커쇼와 잭 그레인키. 이들의 등번호를 보자. 그레인키 21번, 커쇼 22번이다. 이 두 선수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검색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그런데 그게 23번과 무슨 상관이냐구? 다음 사례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는 명실상부 이승엽이다. 올해 한일 통산 400호 홈런을 때려내기도 했던, 이제는 정교함까지 갖춘 불혹이 넘은 강타자 이승엽 말이다. 이승엽의 등번호는 36번이다. 그가 36번을 선택한 이유가 재미있는데,, 이승엽 이전에 최고의 홈런타자는 다름 아닌 한화이글스의 레전드 '장종훈'였다. 그의 등번호는 35번. 이승엽은 장종훈을 뛰어넘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레전드의 등번호보다 하나 더 큰 36번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 더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그레인키 21, 커쇼 22, 난 23.ㅋㅋ
▲ 이미지 출처: http://www.cbc.ca/sports/baseball/mlb/zack-greinke-clayton-kershaw-roughed-up-by-al-all-stars-1.3152352
Shortstop, 遊擊手
마지막으로 야구에서 가장 운동능력이 좋은 선수가 맡는 수비포지션이 있다. 바로 유격수(SS: short stopper)인데, MLB에 진출한 강정호의 포지션이 이곳이다. 야구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일단은 유격수를 희망하기 마련인데, 가장 공이 많이 오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맡을 수 없는 포지션이기도 한데, 어느 포지션보다 수비부담이 크고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물론 궁극적으로는 투수를 하고 싶지만, 일단 수비포지션으로는 유격수를 잘하고 싶다. 유격수의 위치는 바로 2루와 3루 사이. 유격수는 우타자들이 친 공이 가장 많이 가는 2루와 3루를 지켜야 한다(야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친절하게 아래 이미지도 첨부한다). 나의 등번호 23번은 바로 이 2루와 3루 사이를 철벽방어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하지만 물론, 내가 속해있는 두 팀 어디에서도 아직은 나를 믿고 유격수에 기용하지는 않는다...ㅋ
▲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파일:야구_수비위치.svg
"야구의 날" 8월 23일, 첫 홈런 신고
마지막으로 이건 번호를 결정하고 있었던 일인데, 워낙 역사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여기에 적는다.ㅎ 나는 지난 8월 23일 뮤턴츠의 연습경기에서 첫 홈런을 쳐냈다. 학교 야구장 좌측펜스(일명 그린몬스터라 불리는)을 훌쩍 넘기는 2점 홈런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홈런을 치고 알게된 사실. 그날 8월 23일이 2008년 베이징에서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 날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8월 23일을 야구인들 사이에서는 "야구의 날"로 부른다고.. 마침 그날 아침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데뷔 첫 연타석홈런을 쳤고, 나는 데뷔 첫 홈런을 쳤다. 그것도 데뷔 첫 안타를 홈런으로 말이다^^ 23이라는 등번호는 정말 야구를 위한 번호인 셈이다.ㅋㅋ
▲ 내 첫 홈런볼(2015.08.23.)
▲ 내가 친 볼은 저 뒤 붉은 건물 위로 날아갔다.
이상으로 내가 야구에 입문한 후 첫 등번호를 23으로 결정한 스토리를 정리해봤다. 별 시덥지 않은 이야기냐 무시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하지만 인생이란 어차피 파편들의 연속이고, 그 파편들이 서로 얼기고 섥히면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인생의 모든 순간을 의미있게 각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 인간이 그렇게 생겨먹은 것이고, 그것을 잘하는 것이 자신의 삶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ㅋ
2015.08.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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