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사회&문화50 No Smoking 대신 On Smoking! No Smoking 대신 On Smoking! 흡연을 3단계로 구분한다고 한다. 1단계는 본인이 직접 피우는 것. 2단계는 옆사람의 담배연기를 흡입하는 것. 3단계는 흡연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다. 간과하기 쉬운 건 3단계 흡연이다. 1,2단계는 본인의 의지로 충분히 피할 여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3단계 흡연까지 원청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단계 흡연은 흡연자와 함께 있는 것 뿐 아니라, 그가 생활하거나 머물렀던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포함한다. 흡연자가 쓰던 침구나 가구에서 다량의 니코틴과 타르가 발견된다고 하고, 아직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미개인들 때문에 많은 공중화장실은 흔한 3차 흡연 구역이다. 따라서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식별하여 그의 접근을 미리 차단하고 그가 잠시라도 머문 곳을 .. 2017. 9. 27. R.I.P. 마광수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 R.I.P. 마광수 (1951년 4월 14일 ~ 2017년 9월 5일) 지난 해 2월, 영화 를 무척 감동적으로 봤다. 본래는 그저그런 신파극인 줄 알고 지나칠 뻔 했는데, 영화가 윤동주의 정서 ‘부끄러움’을 잘 다뤘다는 평을 우연히 보고는 보기로 결정했다. 동무이자 사촌 몽규를 향한 동주의 동경과 부끄러움이 영화를 이끌며 큰 울림을 준다. 내가 웬만해선 안 우는데, 쪼끔 눈물도 맺혔다. 영화를 본 후 조금 더 찾아보니, 그 ‘부끄러움’이란 정서를 처음 제안한 이가 다름 아닌 마광수 교수였다. 바로 그 박사논문(1984)은 높은 완성도 덕분에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다. 그의 윤동주 연구는 이후 학계에서 주류해석으로 받아들여졌고,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되었다. 교과서에서 윤동주를 배운 사람.. 2017. 9. 5. '가족의 탄생'에서 '탈가족주의'로 '가족의 탄생'에서 '가족주의의 해체'로 호모에렉투스에게는 결혼 개념이 없었다고 한다. 그들 집단에서는 사실상 자유스런 짝짓기가 성행했고 그 이유로 엄마 아빠가 정확히 누구인지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했거나 무의미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시대 집단의 성격을 '씨족'을 기반으로 한 혈연공동체라고 부른다. 무리 내에서 혈연적으로 가까운 남녀끼리 폐쇄적 짝짓기가 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오늘날 기준으로는 사실상 근친 간 짝짓기가 통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겠다. 이런 배경에서 그들에겐 가족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무리는 아닐 것 같다. 호모사피엔스(현생인류)는 결혼이란 걸 했다고 전한다. 1부1처 개념이나 정서적, 제도적으로 근친을 금기시하는 문화도 어떤 필요에 의해 일부 생겨났다. 호모에렉투스와 .. 2017. 8. 31. 삶이 예술입니다: 백남준아트센터를 둘러보고. 삶이 예술입니다. 오늘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를 돌아보고, 이어서 엄마를 만나러 바로 충주에 왔다. 백남준은 1억 짜리 스트라디바리 바이올린을 부수어 버린 적이 있다. 바로 옆에선 어떤 잘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가 비명을 지르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에겐 이 퍼포먼스를 미리 알려주지 않았나 보다. 백남준은 생전에 바이올린 뿐 아니라 피아노 등 수많은 악기를 부수었는데, 이는 음악전공자였던 그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어쨌거나 부수었더니 예술이 되었다. 충주나들목에 도착하기 전 교통사고가 있었다. 구급차와 렉카가 괴상한 사이렌 소리를 내며 홍해를 가르기 시작했고, 나는 꼼짝도 못한 채 30분 이상 현장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고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지날 때쯤엔 이미 사고 .. 2017. 8. 29. 빌헬름 분트, 창의성도 일단 한 가지라도 똑바로 하고 난 그 다음이다. 빌헬름 분트, 창의성도 일단 한 가지라도 똑바로 하고 난 그 다음이다. 어떤 창의적 발상과 혁신이든 완전한 '무'에서 생겨나기보다는, 다양한 생각의 결합 또는 몇 가지 분야의 협력을 통해 비롯된다고 한다. 한 가지 차원의 생각이나 고립된 연구는 새로운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고도 여겨진다. 그래서 일종의 '경계인'이자 '잡종'과 같은 사람들이 그 어려운 일을 잘 해내는 예가 많다. ▲출처: 위키백과 19세기 독일에서 실험심리학이란 새로운 학문이 등장했는데, 이 분야를 열었던 빌헬름 분트(Wilhelm Wund, 1832-1920)는 원래 생리학자였다가 심리학으로 진입한 인물이다. 당시는 심리학이 과학이라기 보다는 철학의 한 분과로 인식되던 때인지라, 생리학자가 심리학을 한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 2017. 8. 20. 국영수교사 임용 싹뚝: 그들만의 승리와 모두의 패배 그들만의 승리와 모두의 패배 기사보기 클릭 ▲ '정의'와 '밥그릇'이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의로움은 결국 누군가의 밥그릇을 지켜주는 일이고, 밥그릇을 잘 지키는 것이 곧 정의로운 일이라고 믿는다. 칸트는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고,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하다 했는데, 난 "정의 없는 밥그릇은 맹목이고, 밥그릇 없는 정의는 공허하다."고 말하겠다(대철학자에 묻어가기ㅋ). 교사 임용 문제가 밥그릇 싸움 문제로 비화될 때 우리는 늘 '정의로움'만을 강요 받아왔지만 그것이 꼭 '모두의 승리'를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결국 '밥그릇 싸움'에 능한 자에게 '그들만의 승리'가 돌아간다는 것을 이렇게 또 한 번 역사는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2017.08.15.화 2017. 8. 15. 테라로사 서종점은 백색소음(white noise)의 세렝게티였다. 어제 갔던 테라로사 서종점은 기존 건물을 개조했는지 일부러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특유의 격납고 같은 공간설계 때문인지 매우 적절한 백색소음을 만들어낸다. 공부이든 작업이든 완전한 적막보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도움이 된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바, 챙겨간 책을 읽으며 그곳이야말로 진정 백색소음의 세렝게티라는 생각이 들더라. 차를 대기 위해 한참이나 눈치를 살피고, 20여분 줄을 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손에 쥔 뒤에도, 지하철에서나 볼법한 자리쟁탈전을 벌여야 하는 전쟁터 같은 곳이었지만 의외의 매력이 숨어있었다. 아마도 그 소리를 잊지 못한 몸뚱아리는 또 다시 그곳을 찾지 않을까. 감각의 기억은 늘 이성을 압도하는 법이니.. 백두산에 가면 어김 없이 천지 물을 병에 담아 오듯, 나는 테라로사표 백색소음.. 2017. 8. 6. 여행에서 진짜 ‘이방인 되는 법’ 여행에서 진짜 ‘이방인 되는 법’ 여행을 왜 하느냐 물으면 그냥 재미, 휴식, 일상으로부터 탈출 등 다양한 대답이 나올텐데, 나는 오래 전 봤던 어떤 글 이후로 ‘이방인 되기’를 여행의 묘미로 답하곤 해왔다. 내가 사는 곳엔 나를 아는 이가 여럿 있지만, 여행지엔 날 아는 사람이 없으니 난 정말 이방인이 될 거란 발상이다. 이방인이 되면 평소 새로운 느낌과 생각, 새로운 시각이 싹틀 거란 기대도 가졌다. 그런데 요즘 이 생각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어느 여행지를 가서도 내가 이방인이 ‘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방인도 아무나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이른바 ’존재감’이 있어야 이방인도 된다. 이방인이란 예기치 않은 표류로 낯선 땅에 불시착했던 하멜과 같은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다. .. 2017. 7. 29. 전기, 삶의 개선. 실력 전기, 삶의 개선. 실력 (5월 7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끄적였던 글을 옮겨 적는다.) ▼ 내 방 형광등 2년 전쯤 대학원 강의 중 선생님께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질문하셨다. 인쇄술, 세탁기 등 다양한 답이 나왔으나, 그분의 생각은 전기였다(정확히는 전기를 다루는 기술이라고 해야겠지만…). 전기가 아니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는 모두 사라진다는 것. 그동안 별로 해본 적 없는 생각이라 새로 발견한 기쁨도 있었지만, 그보다 큰 충격은 그동안 내가 너무 인문적으로 세상을 보아왔다는 반성이었다. 인쇄술을 중요하게 취급하는 이유는, 인쇄술 때문에 교회 권력, 기득권 권력이 재정립됐다는 해석이 크고, 세탁기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역시 여성 해방, 권익 신장 같은 인문적 해석을 동반한다... 2017. 7. 16.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