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38 [영화]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남산의 부장들(치명적 스포일러 포함) 요 근래 을 호평하는 포스팅이 많았다. 출연진도 화려했기에 기대감을 안고 동네 CGV를 찾았다. 재미있게 봤지만 ‘나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영화는 10.26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국내외 정국과 중정부장 김규평의 고뇌와 결단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사건의 트리거는 전 중정부장 박용각의 폭로였으니, 결국 발단은 전 부장이 마무리는 현 부장이 나눠 맡는 구도다. 제목 만큼이나 두 부장의 활약은 괜찮았다. 너무 완벽하지 않고 적당히 나약하게 그려낸 김규평은 마음에 든다. 폭주하는 대통령과 경호실장을 향해 나름의 소신을 지키는 모습이나 충성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면이 그렇다.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고민하다 결국 일을 저지르는 과정에서도 미숙한 모습을 제법 노출하는 것도 그렇다. 역사적 사건은 왠지 계획적이고 .. 2020. 2. 2. [드라마]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스토브리그 #2. 스토브리그 감상평 #2. 입체 스토리이건 인물이건 상황이건 드라마의 설정은 입체적일 때 재미가 더하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두 가지 상반된 성격을 고루 갖춰야 그럴싸하지, 단순한 선악 구도 또는 비슷한 것들의 기계적 나열은 지루함만 준다(마블 빼고ㅋ). 세계인이 영화 조커에 흥분한 이유도 조커가 ‘당연한 악당’이 아니었기 때문이듯이. 스토브리그 배경은 만년 꼴찌인 지방의 한 프로팀이다. 야구는 가장 인기 있는 ‘메이져’ 스포츠인데, 하필 가장 못나가는 ‘마이너’ 팀을 골라 반전을 이룬다. 기회만 되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연고지를 옮기고 싶어하는 팀이 많고, 수도권farm과 지방farm 사이에 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시점이니 딱 맞는 설정이다. 단장은 맡는 팀마다 우승으로 이끈 능력자다. 그런데 하나 같이.. 2020. 1. 27. [드라마]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스토브리그 #1. 스토브리그 감상평 #1. 얼마 전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스토브리그를 추천한다. (조금 늦었지만) 다시보기에 처음 접속한 것이 지지난 주 금요일(1월10일)이다. 광주 가는 차 안에서 세 편 정도 보고 도착해서 서너 편을 마저 봤다. 근데 웬걸! 이미 종영된 줄 알았는데, 아직 7편밖에 안 나왔자나. 16부작이니 앞으로 한 달을 더 봐야 한다. 가뜩이나 기다리는 게 싫어서 드라마를 안 보는데 이거 어쩐다. 다행이 그날 저녁이 8회하는 날이다.ㅎ 게다가 7회까지 열심히 보고 나니 얼추 10시가 다 됐다. 호텔에 누워 편안히 8회를 시청했다. 우와 이거 개꾸르잼이다~ 다음 날까지 기다리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토요일은 담양에서 죽녹원 돌고 떡갈비 먹고 다시 상경하느라 시간이 금세 지나긴 했지만, 드라마.. 2020. 1. 27. [영화] 본질을 비껴가는 반통찰 즉흥평론: (늦은감 있지만) 기생충 그때가 가장 화제가 되던 때였으니 영화를 본 지는 제법 지난 편인데, 영화 보고 바로 적어뒀던 게 아까워서 올려 둔다. (인물은 배우 이름으로 썼으며, 다송이만 극중 이름이다.) #. 아래로 아래로 영화가 계층관계를 반지하와 저택이라는 수직적 상징물을 통해 드러낸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수직적 배치가 질리도록 등장할 줄은 몰랐다. 강호의 반지하는 보통의 극빈층 삶과 동일시되던 달동네(높은곳에 위치)에 있지 않았다. 탈출한 강호 가족은 계속 아래로 아래로 뛰어야 했다. 저택이 저렇게 높은 곳에 있었는지, 반지하는 또 얼마나 깊은 곳이었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드디어 차고문을 나서며 잠시 들었던 안도는 이내 불안으로 바뀌고, 공포는 곧 현실이 된다. 가장 낮은 곳까지 달려 도착한 막다른 곳에 그들의.. 2019. 6. 30. 커피 한 번 더 흘리기 커피 한 번 더 흘리기 방금 막 노트북에 커피를 흘렸다. 부랴부랴 냅킨을 가져다 키보드 사이로 스며드는 커피를 닦아내던 중 언제 흘렸는지 이미 딱딱하게 굳어버린 커피자국을 발견했다. 마른 냅킨으로 쓱쓱 문질러봤지만 워낙 오래 묵은 때가 쉽게 닦이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흘린 커피가 묻어 젖은 냅킨으로 몇 차례 더 힘을 주었더니 이번엔 깨끗하게 닦여지더라. 우리에게 묻은 때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언젠가 어떻게 묻었는지 모르는 얼룩들은 우리도 모르게 우리 몸과 마음 곳곳에 찌든때처럼 새겨져 있다. 그걸 닦려면 때론 또다시 새로운 얼룩을 묻혀 나를 더렵혀야 할 때도 있다. 그때 비로소 원래 있던 얼룩을 다시 발견하고 함께 닦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실수로 나의 치부가 드러나거나 오래 전 고친 .. 2018. 3. 18. No Smoking 대신 On Smoking! No Smoking 대신 On Smoking! 흡연을 3단계로 구분한다고 한다. 1단계는 본인이 직접 피우는 것. 2단계는 옆사람의 담배연기를 흡입하는 것. 3단계는 흡연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다. 간과하기 쉬운 건 3단계 흡연이다. 1,2단계는 본인의 의지로 충분히 피할 여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3단계 흡연까지 원청봉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단계 흡연은 흡연자와 함께 있는 것 뿐 아니라, 그가 생활하거나 머물렀던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포함한다. 흡연자가 쓰던 침구나 가구에서 다량의 니코틴과 타르가 발견된다고 하고, 아직도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미개인들 때문에 많은 공중화장실은 흔한 3차 흡연 구역이다. 따라서 누가 담배를 피우는지 식별하여 그의 접근을 미리 차단하고 그가 잠시라도 머문 곳을 .. 2017. 9. 27.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을 누가 질 것인가. 입증책임(Burden of Proof)을 누가 질 것인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필히 주장하고 설득해야 한다. 아이들은 국어나 사회 교과에서 근거를 들어 주장하고 설득하는 방법을 공부한다. 물론 민주적 교실이라면 학급살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주장이든 그에 걸맞는 근거는 있기 마련이고, 그 반대주장에도 나름의 근거는 있다. 그래서 토론을 통해 어느 것이 더 받아들일 만한지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물리적 시간과 역량의 한계, 환경의 제약 때문에 늘 그렇게 할 수는 없으므로, 어느 선에선 단순하게 사안을 처리할 필요도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와서 무언가 요구할 때가 그렇다. 나는 이런 때 이란 원리를 들이민다. 이 말 뜻을 학기초부터 아이들에.. 2017. 9. 26. 평가 받는 즐거움 평가 받는 즐거움 한 단원의 마무리로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보는 수학시간이었다. 내가 제시한 3가지 방법 외에 혹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한 친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많은 아이가 다른 방법을 사용했을테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그저 '정답'만 받아적을 뿐이었다. 그나마 평소 발표 잘하는 여자 아이 혼자 손을 든다. 아이의 발표가 끝난 후 바로 전 시간 국어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상기하며 이란 주제로 썰을 풀었다. 발표를 왜 해야 할까? 자기가 시도해 본 방법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평가를 받기 위함이다. 공부는 혼자 할 수도 있지만, 함께 할 때 더 힘이 나는 법이다. 함께 하면 평가받을 수 있어 좋다. 혼자 하는 공부에선 그게 어렵다. 지난 국어시간에는 토론 과정을 다뤘다. 재미 있는 건 '.. 2017. 9. 22. 관심을 '두는' 이유 관심을 '두는' 이유 석사논문을 쓸 때 '관심(interest)'이란 키워드 때문에 '관심을 가지다'란 표현을 자주 사용했었는데, 우리말 교정 과정에서 '관심을 두다'가 맞다는 걸 알게 됐다. '관심을 갖다'는 영어 'have interest'의 번역투 문장이므로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 우리는 일상 언어생활에서 영어식 표현의 영향으로 '~을 갖다'라고 자주 말하지만, 각각의 목적어에 맞는 적절한 서술어를 써주는 게 바람직하다. '관심을 두다'와 '관심을 갖다'는 그 표현방식만으로도 새로운 통찰을 준다. 바로 '두다'와 '갖다'의 차이로부터 비롯한다. 무엇을 두기 위해서는 필히 '둘곳'을 필요로 한다. 반면 가지기 위해선 그저 '가지는 자(나)'만 있으면 그만이다. 관심을 두는 것은 관심을 '주는' 것과 .. 2017. 9. 22. 이전 1 ··· 9 10 11 12 13 14 15 ··· 27 다음